“직진은 하는데”…중국 자율주행 택시 타보니

최현준 기자 2024. 8. 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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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무인택시 ‘뤄보콰이파오’
교통 규칙 지키며 양보만…‘바보 뤄보’ 별명도
베이징에선 무인 배송차…최종 배달은 사람이
택시 운전사·배달원 일자리 위협 지적도
지난 2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무인택시 뤄보콰이파오가 정차해 있다. 우한/최현준 특파원

중국은 운전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이용한 무인택시, 무인배달 실험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한겨레가 이달 중순 후베이성 우한과 수도 베이징에서 확인한 무인택시와 무인배달 서비스는 큰 가능성과 함께 적지 않은 한계가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우한의 무인택시는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주행했지만 좋지 않은 승차감과 교통 흐름을 깨는 문제가 있었고, 베이징의 무인배달은 인간 배달원의 노고를 덜어줬지만 최종 배달지인 소비자의 문 앞까지 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또 두 서비스 모두 택시운전사, 차량호출서비스 기사, 배달원, 택배원 등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문제도 남겨놓고 있었다.

우한 무인택시, 직선도로 주행 ‘무난’ 회전할 땐 ‘답답’

“이게 바로 자율주행 택시인가봐.” “정말 (택시) 기사가 없네. 신기하다.”

지난 20일 오후 2시 후베이성 우한시,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 속에 무인 자율주행 택시 ‘뤄보콰이파오’를 불렀다. 7분 뒤 기아 스포티지처럼 생긴 흰색 스포츠실용차(SUV) 한대가 운전석이 빈 채 다가왔다. 주변에 있던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신기한 듯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차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베테랑 기사가 운전하듯 부드럽게 길가에 정차했다. 비밀번호를 누르자 문이 열렸다. 중국인 친구와 함께 차 뒷좌석에 앉았다. 뤄보콰이파오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부르는 콜택시 서비스인데, 외국인은 아직 앱에 가입할 수 없어 중국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지난 2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무인택시 뤄보콰이파오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우한/최현준 특파원

무인택시는 직선도로를 교통 흐름에 따라 무난하게 달렸다. 차량이 많은 곳에서는 시속 20~30㎞로 달렸고, 차량이 적은 대로에서는 최고 62㎞까지 속도를 올렸다. 일반 택시와 별 차이 없이 움직여 ‘제법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장애물이 있거나 회전을 할 때가 되자 좀 답답한 상황이 펼쳐졌다. 옆 차나 오토바이 등이 끼어들면 차는 속도를 줄이거나 멈춰 섰고, 종종 급정거를 하기도 했다. 유턴하거나 차선이 합쳐지는 곳에서도 눈치껏 끼어들거나 피해 가는 경우가 없이 다른 차량이 먼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오직 양보밖에 할 줄 몰랐다. 우한 시민들이 뤄보콰이파오에게 ‘바보 뤄보’라는 뜻의 ‘샤오뤄보’라는 별칭을 붙인 까닭이다. 막 면허를 딴 초보 운전자가 교통 규칙을 모두 지키고 다른 차량에 양보하며 투박하게 운전하는 차에 탄 느낌이었다.

결국 일반 택시를 타면 15분에 갈 거리(5.7㎞)를 30분 걸려 도착했다. 가격은 특별할인 기간이라 7.33위안(약 1370원)에 불과했지만, 택시의 장점인 신속성은 갖추지 못했다. 뤄보콰이파오를 타봤다는 중국인 탕은 “안전을 위해 승차감이나 빠른 도착을 포기한 느낌이라 좀 답답했다”며 “그래도 시간 여유가 있고 방향만 맞는다면 또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징 무인배달, 인간 배달원 노고 덜지만 집 앞까지는 못 가

지난 16일 오후 보슬비가 내리는 베이징 북부 순이구, 식빵같이 생긴 작은 노란색 미니 트럭이 도로를 달렸다. 중국 최대 배달기업 메이퇀이 순이구에서 운용하는 무인배송차다. 이날 자전거를 타고 무인배송차를 뒤쫓았다. 차는 평균 시속 20㎞ 정도로 움직여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다.

무인배송차의 출발지는 메이퇀 계열의 배달 전문 대형 슈퍼마켓이었다. 이곳에서 직원들이 배송 차량에 배달 물품을 실은 10여개의 배송 봉지를 싣고 목적지를 입력하면 차가 자동으로 출발한다. 차는 주로 인도와 접한 자전거도로로 달렸지만, 차량이 적은 곳에서는 1·2차선을 달리기도 했다. 차량이 적고 넓은 길에서는 시속 40㎞ 정도로 속도를 높였고, 좁은 길이나 장애물을 만났을 때는 속도를 낮추거나 잠시 멈춰 섰다.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 순이구에서 메이퇀의 무인배송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무인배송차는 2~3㎞를 달려 노란색 표지가 있는 목적지에 정차했다. 이곳에서 인간 배달기사들이 무인트럭에 실린 물건을 내리고, 이를 오토바이에 옮겨 실은 뒤 최종 배달에 나섰다. 고객의 문 앞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마지막 1㎞’는 무인배송이 아닌 유인배송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런 식이라면 처음부터 인간 배달기사가 배달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퇀은 2010년대 후반부터 무인배송차를 도입해, 현재 베이징과 선전 등에서 이를 활용한 배달과 테스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 순이구에만 100대가 넘는 무인트럭이 달린다.

무인트럭의 주행 실력과 안전성은 상당히 진척된 듯했지만 ‘문 앞 배달’이라는 핵심 과제는 아직 풀지 못하고 있었다. 이날 만난 경력 3년차 배달기사 먼은 “무인트럭을 이용해 배달해도 어차피 사람이 또 배달해야 한다”며 “무인배달이 우리 생계에 당장 큰 위협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 순이구에서 메이퇀의 무인배송차가 종착지에 배송 물품을 내리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중국 전역서 완전 자율주행 실험…택시, 배달원 일자리 위협

중국은 전기차, 반도체 등에 이어 자율주행 기술을 미래 핵심산업으로 삼고 국가 차원의 발전 노력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2년 최대 포털업체 바이두 등에 ‘레벨 4’에 해당하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 운행을 허가했고, 최근 그 대상을 넓히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비야디(BYD)와 웨이라이(NIO), 창안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등 9개 업체에 7개 도시에서 ‘레벨 3’ 자율주행 시범운행을 승인했다. 뤄보콰이파오가 운전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레벨 4) 단계인 데 반해, 이들 회사는 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에서 필요한 경우 개입하는 ‘레벨 3’ 자율주행 실험을 하게 된다.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발전의 원동력은 풍부한 인프라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제한이 적은 데이터 수집 환경 등 덕분이다. 중국은 2020년 미국 지피에스(GPS)의 대항마 격인 자체 내비게이션 시스템 ‘베이더우’를 완성했고, 정교한 지도와 최신식 통신 시스템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에 필요한 지도·통신 환경을 갖춰가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회사로 내비게이션 서비스 등을 갖춘 바이두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까닭이다.

하지만 아직 한계가 적지 않다.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여전하고, 도심의 차량 흐름을 깨는 문제도 풀지 못하고 있다. 우한의 경우 지난 4월 뤄보콰이파오의 운행 범위가 3000㎢, 770만명의 거주지를 포함했지만, 도심 지역으로의 접근이 점점 제한되고 있다. 차가 많고 길이 복잡한 시내 중심부에서 무인택시가 버벅대고 심한 경우 10분가량 멈춰 서기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한시는 장한구, 칭산구 등 시내 중심 지역에서는 무인택시가 다닐 수 없도록 했다. 이런 이유로 베이징, 상하이, 충칭 등은 자율주행 차량의 운행 범위를 소규모 특정 지역에 제한해 허용했다.

지난 2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무인택시 뤄보콰이파오가 정차해 있다. 우한/최현준 특파원

무인택시와 무인배송 차량이 택시운전사나 차량호출서비스 기사, 배달기사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다. 우한의 택시회사 우한건설자동차여객운송은 지난 6월 당국에 서한을 보내 “뤄보택시가 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 외에도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지만 중국 매체는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중국 택시운전사는 300만명, 차량호출서비스 기사는 700만명, 배달기사는 약 1300만명으로 추산된다.

우한에서 만난 택시운전사와 차량호출서비스 기사들은 자포자기한 상태인 듯했다. 차량호출서비스 기사 천은 “국가가 한다는데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느냐”며 “무인택시가 더 많아지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택시운전사 탕은 “차량호출서비스의 등장에 이어 무인택시까지 많아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중, 삼중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대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적극적으로 실험했던 미국은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에 중국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미래 성장 동력일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상당한 쓰임새가 있기 때문이다.

우한·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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