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이야” 보행 위협 전동킥보드…사고 급증에 커지는 규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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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말도 마세요. 갑자기 쌩하고 달려오면 깜짝 놀라죠."
아침부터 쏟아진 비가 그치고 선선한 바람이 불던 2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호수공원에서 산책하던 정아무개(63)씨는 공원에서 전동킥보드를 본 적이 있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 호수공원에서는 두달 전 공원 내 자전거도로에서 전동킥보드 한대를 함께 타고 달리던 고등학생 두명이 자전거를 피하려다 인도에 있는 60대 부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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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들 “사고 내 탓만은 아냐” 항변
“아휴, 말도 마세요. 갑자기 쌩하고 달려오면 깜짝 놀라죠.”
아침부터 쏟아진 비가 그치고 선선한 바람이 불던 2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호수공원에서 산책하던 정아무개(63)씨는 공원에서 전동킥보드를 본 적이 있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 호수공원에서는 두달 전 공원 내 자전거도로에서 전동킥보드 한대를 함께 타고 달리던 고등학생 두명이 자전거를 피하려다 인도에 있는 60대 부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아내는 숨지고, 남편은 중상을 입었다.
현행법상 공원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는 것도, 한대에 여러명이 동시에 탑승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또 전동킥보드를 타려면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 하고, 헬멧도 착용해야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를 낸 고등학생들은 이 모든 사항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가 늘면서, 킥보드는 도로 위 골칫덩이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법규 등을 어기며 전동킥보드를 타는 이들을 이른바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고 낮춰 부르고, 아예 전동킥보드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동킥보드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자료를 보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이동장치(PM) 사고는 2019년 447건(사망 8명)에서 2020년 897건(10명), 2021년 1785건(19명), 2022년 2385건(26명), 2023년 2389건(24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개인형 이동장치 최고 속도를 시속 25㎞에서 20㎞로 제한하는 시범사업을 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경찰도 기동순찰대 등을 동원해 관련 순찰과 단속에 나섰다.
사고의 1차적 원인은 운전자의 부주의와 무법적 운행이 꼽히지만, 이용자들은 사고의 탓을 온전히 이용자들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고 항변한다.
경기도 안산시에서 출퇴근 때 종종 공용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하아무개(31)씨는 “차도에서 타야 하는 줄 알지만, 갓길에 불법으로 세워둔 차들이 깔려 있어 이용이 어렵다. 조금이라도 더 차도 안쪽으로 들어가면 차들이 ‘빵빵’ 소리를 내며 위협해 쫓겨나기 일쑤”라며 “현실적으로 킥보드를 타기 위해 헬멧을 들고 다니기도 어렵다”고 했다. 또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려고 해도 자전거도로가 너무 좁아 전동킥보드로 주행하기에는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문가들은 ‘차량 중심적인 한국 도로 상황’을 지적한다. 정부가 저탄소·무탄소 교통수단을 도입하면서도, 차량 중심의 도로 체계는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장희 녹색교통운동 교통환경팀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차량 통행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을 시행해왔다”며 “보행, 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수단, 대중교통, 자동차가 함께할 수 있는 도로환경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지속가능공간본부 선임연구위원도 “자전거, 전기자전거,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자동차 이용률을 줄이는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대체교통수단 시스템을 확대·육성하는 논의와 함께 이와 관련된 도로 인프라와 법규 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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