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로봇이 전 세계 주름 잡는다?…두 발로 뛰는 휴머노이드가 펼칠 미래 [이도성의 안물알중]
이도성 기자 2024. 8. 27. 06:02
이도성 특파원의 '안 물어봐도 알려주는 중국 이야기'
“저도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인공지능과 결합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중국 베이징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10살 소년 둥이항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온 세계로봇박람회 현장에서입니다.
두 발로 사람처럼 뛰고 바둑을 두거나 악기까지 자유자재로 다루는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에 푹 빠진 겁니다.
아버지 둥춘청은 “매년과 같이 로봇박람회를 방문한다”면서 “아들이 최신 로봇 발전 현황을 직접 느끼고 많은 걸 배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베이징시 이좡개발구에서 닷새간 열렸던 2024 세계로봇박람회가 지난 25일 폐막했습니다. 이좡 국제전시센터에선 로봇 관련 기업 169곳이 선보인 600여 종의 로봇이 관람객을 맞이했습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건 휴머노이드였습니다.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을 선도하는 최신 기술들이 쏟아졌습니다. 모두 27종의 휴머노이드가 저마다 장착한 능력을 뽐냈습니다.
가장 먼저 마주친 건 전시관 곳곳을 돌아다니는 로봇 '톈궁'이었습니다. 베이징 쥐선즈넝 로봇혁신센터가 개발한 로봇입니다.
사람 형태의 검은색 로봇 톈궁은 키 163cm에 무게 43kg으로 최대 시속 6km 속도로 달릴 수 있습니다. 스스로 인지해 장애물을 피하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도 가능합니다.
로봇 개발사 유니트리 전시관은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곳 중 하나입니다. 유니트리는 이번에 새로운 휴머노이드 모델인 G1을 새로 공개했는데요. 수십 개의 관절 모터를 달아서 점프를 하거나 춤을 추는 동작까지도 구현합니다.
1년 전 출시한 H1에서 한 단계 더 발전했는데요. 손가락도 달려 간단한 작업이나 요리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공 피부를 이식해 얼핏 보면 진짜 사람처럼 생긴 로봇도 눈에 띄었습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칭바오는 인간을 쏙 빼닮은 휴머노이드 4기를 전시관에 내놨는데요.
인공지능을 탑재해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 날씨는 어떤가'라는 질문에 척척 답하고 '악수해줄 수 있냐'는 물음에 손을 내밀어 흔들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붓글씨를 쓰거나 커피를 직접 내려주는 로봇들도 있었습니다. 네 발 달린 동물형 로봇들은 펄쩍 뛰어 장애물을 넘었고 강한 충격에도 쓰러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발로 세게 밀거나 손으로 잡아끌어도 바닥에 넘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휴머노이드들은 일반 소비자에게 가정용으로도 판매됩니다. 9만 9천 위안, 우리 돈 1천 900만 원 정도면 '반려 로봇'을 집에 들일 수 있는 겁니다. 이는 미국 테슬라나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경쟁기업들보다 20% 이상 저렴한 가격입니다.
공업용 로봇들도 전시관 한쪽을 가득 채웠습니다. 자동차를 조립하거나 세밀한 부품을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사람이 하기 어려운 위험한 작업을 척척 해내기 때문에 기업 관계자들도 흥미롭게 시연을 지켜봤습니다.
10여 개의 로봇손이 일사불란하게 역할을 나눠 수행하고 탁구공 하나를 수천 번 연속 튀길 정도로 정확도가 높습니다. 이미 시중에 나온 서빙 로봇은 한층 발전된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전시관 곳곳에서 미래 사회가 열린 듯했습니다.
박람회에서 최첨단 로봇보다 더 눈에 자주 들어왔던 건 바로 아이들입니다. 갓 걷기 시작한 어린아이부터 중고등학생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했습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로봇이 있는 방향으로 부모의 손을 잡아끄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연출됐습니다. 단체옷을 맞춰 입고 전시관을 도는 학생 무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앞으로 열어갈 로봇 산업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된 꿈나무들입니다. 앞서 인터뷰했던 둥이항처럼 '내 손으로 로봇을 만들겠다'는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로봇 산업의 터를 다지고 있는데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11월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과 발전에 관한 지도 의견'을 내놨습니다. 내년까지 대량 생산 체계를 마련해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입니다.
전 세계 인공지능 로봇 시장은 오는 2030년 1천 848억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25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평균적으로 매년 30% 이상 성장하는 전도유망한 시장입니다.
핑크빛 미래가 펼쳐질 첨단로봇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설 자리는 있을까요. 현대차그룹이 2020년 미국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설립한 레인보우 로보틱스에 투자했습니다.
이번 박람회엔 한국에서 온 기업들이 모인 한국관도 설치됐습니다. 나라오토시스, 도구공간, 브릴스, 세인플렉스, 시그봇, 쎄텍, 에이딘로보틱스, 유엔디, 유일로보틱스, 코보시스 등 10개사가 참여했습니다.
한 시장조사업체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로봇 시장 규모는 16억 4천만 달러, 우리 돈 2조 원 정도로 중국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로봇 산업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합니다. 차세대 먹거리를 손에 거머쥐게 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lee.dosung@jtbc.co.kr
(2024.8.22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 안 물어봐도 알려주는 중국 이야기. 몰라도 되는데 알고 나면 '썰' 풀기 좋은 지식 한 토막. 기상천외한 이웃나라 중국,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것들을 이도성 특파원이 전합니다. "
" 안 물어봐도 알려주는 중국 이야기. 몰라도 되는데 알고 나면 '썰' 풀기 좋은 지식 한 토막. 기상천외한 이웃나라 중국,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것들을 이도성 특파원이 전합니다. "
“저도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인공지능과 결합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중국 베이징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10살 소년 둥이항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온 세계로봇박람회 현장에서입니다.
두 발로 사람처럼 뛰고 바둑을 두거나 악기까지 자유자재로 다루는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에 푹 빠진 겁니다.
아버지 둥춘청은 “매년과 같이 로봇박람회를 방문한다”면서 “아들이 최신 로봇 발전 현황을 직접 느끼고 많은 걸 배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베이징시 이좡개발구에서 닷새간 열렸던 2024 세계로봇박람회가 지난 25일 폐막했습니다. 이좡 국제전시센터에선 로봇 관련 기업 169곳이 선보인 600여 종의 로봇이 관람객을 맞이했습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건 휴머노이드였습니다.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을 선도하는 최신 기술들이 쏟아졌습니다. 모두 27종의 휴머노이드가 저마다 장착한 능력을 뽐냈습니다.
가장 먼저 마주친 건 전시관 곳곳을 돌아다니는 로봇 '톈궁'이었습니다. 베이징 쥐선즈넝 로봇혁신센터가 개발한 로봇입니다.
사람 형태의 검은색 로봇 톈궁은 키 163cm에 무게 43kg으로 최대 시속 6km 속도로 달릴 수 있습니다. 스스로 인지해 장애물을 피하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도 가능합니다.
로봇 개발사 유니트리 전시관은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곳 중 하나입니다. 유니트리는 이번에 새로운 휴머노이드 모델인 G1을 새로 공개했는데요. 수십 개의 관절 모터를 달아서 점프를 하거나 춤을 추는 동작까지도 구현합니다.
1년 전 출시한 H1에서 한 단계 더 발전했는데요. 손가락도 달려 간단한 작업이나 요리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공 피부를 이식해 얼핏 보면 진짜 사람처럼 생긴 로봇도 눈에 띄었습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칭바오는 인간을 쏙 빼닮은 휴머노이드 4기를 전시관에 내놨는데요.
인공지능을 탑재해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 날씨는 어떤가'라는 질문에 척척 답하고 '악수해줄 수 있냐'는 물음에 손을 내밀어 흔들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붓글씨를 쓰거나 커피를 직접 내려주는 로봇들도 있었습니다. 네 발 달린 동물형 로봇들은 펄쩍 뛰어 장애물을 넘었고 강한 충격에도 쓰러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발로 세게 밀거나 손으로 잡아끌어도 바닥에 넘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휴머노이드들은 일반 소비자에게 가정용으로도 판매됩니다. 9만 9천 위안, 우리 돈 1천 900만 원 정도면 '반려 로봇'을 집에 들일 수 있는 겁니다. 이는 미국 테슬라나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경쟁기업들보다 20% 이상 저렴한 가격입니다.
공업용 로봇들도 전시관 한쪽을 가득 채웠습니다. 자동차를 조립하거나 세밀한 부품을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사람이 하기 어려운 위험한 작업을 척척 해내기 때문에 기업 관계자들도 흥미롭게 시연을 지켜봤습니다.
10여 개의 로봇손이 일사불란하게 역할을 나눠 수행하고 탁구공 하나를 수천 번 연속 튀길 정도로 정확도가 높습니다. 이미 시중에 나온 서빙 로봇은 한층 발전된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전시관 곳곳에서 미래 사회가 열린 듯했습니다.
박람회에서 최첨단 로봇보다 더 눈에 자주 들어왔던 건 바로 아이들입니다. 갓 걷기 시작한 어린아이부터 중고등학생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했습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로봇이 있는 방향으로 부모의 손을 잡아끄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연출됐습니다. 단체옷을 맞춰 입고 전시관을 도는 학생 무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앞으로 열어갈 로봇 산업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된 꿈나무들입니다. 앞서 인터뷰했던 둥이항처럼 '내 손으로 로봇을 만들겠다'는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로봇 산업의 터를 다지고 있는데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11월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과 발전에 관한 지도 의견'을 내놨습니다. 내년까지 대량 생산 체계를 마련해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입니다.
전 세계 인공지능 로봇 시장은 오는 2030년 1천 848억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25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평균적으로 매년 30% 이상 성장하는 전도유망한 시장입니다.
핑크빛 미래가 펼쳐질 첨단로봇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설 자리는 있을까요. 현대차그룹이 2020년 미국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설립한 레인보우 로보틱스에 투자했습니다.
이번 박람회엔 한국에서 온 기업들이 모인 한국관도 설치됐습니다. 나라오토시스, 도구공간, 브릴스, 세인플렉스, 시그봇, 쎄텍, 에이딘로보틱스, 유엔디, 유일로보틱스, 코보시스 등 10개사가 참여했습니다.
한 시장조사업체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로봇 시장 규모는 16억 4천만 달러, 우리 돈 2조 원 정도로 중국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로봇 산업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합니다. 차세대 먹거리를 손에 거머쥐게 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lee.dos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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