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 불러온 엔캐리 청산, 여진 남았다… “긴장감 유지해야”
“엔캐리 자금, 리먼사태 땐 최대 26% 청산”
“대지진 땐 엔캐리 자금 추가 청산 가능성”
“韓 금융시장에도 단기적으론 부정적”
국내 증권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서킷 브레이커를 동시에 발동시킨 주범으로 지목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여진이 남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일본의 해외투자가 더 큰 규모로 감소한 전례가 있는 데다, 일본은행(BOJ)이 추가 긴축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제기된 난카이(남해·南海) 대지진 우려도 엔 캐리 자금의 추가 청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 美 투기세력, 엔화 순매수… 3년여만에 매수>매도
27일 블룸버그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 16일 발표한 ‘엔화 보유 동향’에서 헤지펀드 등 비상업 부문(투기 세력)이 13일 기준 엔화를 2만3104계약(약 2800억엔) 순매수했다고 밝혔다.
헤지펀드가 엔화 순매수로 돌아선 것은 2021년 3월이후 약 3년 5개월만이다. 엔화 매수는 8만7101계약으로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많았으며, 엔화 매도는 6만3997계약으로 작년 3월 이후 가장 적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일 엔화 순매도가 사상 두 번째로 많은 18만4223계약에 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CFTC 집계는 엔화를 빌려 외환시장에서 팔고 달러화 등을 사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규모를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자금을 빌려 멕시코 페소나 달러 등 여러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엔화가 순매수로 돌아섰다는 것은 헤지펀드들이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거나 엔화 강세에 베팅해 매수를 늘렸다는 의미다.
이는 BOJ의 금리 인상으로 최근 엔화 가치가 급등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지난달 5일 고점 기준 161.40엔까지 올랐다가 이달 5일 146.57엔으로 떨어졌다. 한 달 만에 9.2% 떨어진 것이다. 이후 15일 147엔대로 올랐다가 다시 하락해 23일 144.37엔에서 마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매뉴라이프(Manulife Investment Management)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네이선 서프트(Nathan Thooft)도 “엔 캐리 포지션을 청산하는 추세가 전체적으로 지속된 것 같다”면서 “다만 엔화 변동성이 유의미하게 해소됐으므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 엔 캐리 자금, 최대 26%까지 청산 가능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이달 초 불거진 ‘미국 경제 침체 우려’와 함께 아시아 증시를 뒤흔든 주범으로 꼽힌다. 지난 5일 한국거래소는 20분간 코스피(KOSPI)와 코스닥(KODAQ) 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하면서 미국 경제 지표 부진과 엔 캐리 자금 유출 우려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서킷브레이커는 전일 종가지수 대비 주가가 8% 이상 급락하는 상황이 11분간 지속되면 발동된다.
물론 미국 경제 지표 부진 우려가 해소되면서 이튿날 아시아 증시는 하락 폭을 되돌렸고, 엔화 가치는 하락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참고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가 모두 청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전후로 7분기 동안 엔 캐리 트레이드 총 잔액의 26%까지 상환됐던 전례가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올해 8월부터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상당 기간 더 청산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국금센터는 올해 3월말 기준 글로벌 엔화대출을 총 41조1000억엔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26%를 계산하면 10조7000억엔으로, 달러로 환산하면 733억달러다. 이 금액이 7분기 동안 청산된다고 가정하면 월평균 35억달러(733÷21개월)씩 청산될 수 있는 셈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8월까지 더 늘어났다고 가정하면 월평균 청산 금액은 더 확대될 수 있다.
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는 것도 변수다. BOJ가 현재 0.25%인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미국(상단 기준 5.5%)과 일본의 기준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엔 캐리 자금이 추가로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BOJ가 발표한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의사록을 보면 금리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매파’ 발언이 많았다. 한 정책위원은 내년 후반까지 기준금리를 최저 1%까지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
일본 기상청이 지난 8일 ‘난카이 대지진 임시경보’를 발령한 것도 엔 캐리 청산 우려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난카이 대지진은 태평양 난카이 해구에서 발생하는 진도 8~9규모 지진으로, 약 100~150년 주기로 발생한다. 1946년에 발생한 바 있어 30년 안에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70~80%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대지진은 단기적으로는 달러·엔 환율 상승을 유발하지만, 종국에는 엔화 가치 급등으로 이어진다.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 기업들이 대외 자산을 팔고 엔화를 회수하면서 자금이 대거 일본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에 따르면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달러·엔 환율은 83.29엔(3월 11일)까지 뛰었다가 76.43(3월 17일)까지 내렸다.
MUFG는 “2011년 3월에는 결국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면서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엔캐리 트레이드가 추가로 청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도 최근 낸 보고서에서 “최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 내 엔화 및 일본 경제가 미치는 영향이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지진 발생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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