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조병규 ‘책임론’ 못 박은 이복현 금감원장… 우리금융 제재 수순 밟나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다. 원칙에 입각한 엄정한 대응을 해야 한다”(20일, 임원회의)”법률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가동해 검사 제재 절차를 진행하겠다”(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임종룡 우리금융회장을 향한 맹공격을 퍼붓고 있다. 금감원장이 특정 금융그룹의 행태를 지적하고 강하게 질타하는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간 CEO(최고경영자) 징계를 두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던 이 원장이지만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우리금융 경영진에 칼끝을 겨누고 있다. 임 회장 등 우리금융 경영진 제재를 위해 판을 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를 의도적으로 축소‧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이 25일 배포한 자료를 보면 우리은행 여신감리부서는 작년 9~10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대출 사실을 현 우리은행 경영진에 보고했다. 우리금융지주 경영진은 늦어도 올해 3월 감사 결과가 반영된 안건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연루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이 이번 사안을 미리 인지했음에도 감독당국 보고나 자체감사 등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금융이 ‘여신심사 소홀’로 보고한 후 뒤늦게 수사기관에 ‘금융사고’로 고소하는 등 거짓 해명한 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은 “‘심사 소홀 외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감원에 보고할 의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우리금융의 입장을 종합해 보면 손 전 회장의 대출 개입도 없었으며 임 회장도 이를 몰랐다는 것이다. 결국 이 해명이 금감원의 화를 돋운 셈이다.
우리금융의 해명엔 분명 구멍이 있다. 대출이 일어난 시기는 2020년 4월부터 2024년 1월까지다. 손 전 회장의 임기는 2020년부터 2023년 2월까지이며 임 회장은 2023년 3월 취임했다. 임 회장 취임 뒤 약 1년 간 부당 대출이 계속 이어졌단 이야기다.
손 전 회장은 퇴임 직후, 우리은행 고문으로 위촉됐다. 퇴임 후 고문 선임은 관례에 따른 것으로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지만 손 전 회장의 경우는 좀 다르다. 회장 이전, 은행장을 역임하는 등 지주와 은행 모두를 잘 아는 만큼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이는 임 회장이 부당 대출 건을 몰랐다면 취임 1년 동안 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는 뜻도 된다. 만약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묵인했다면 내부통제 실패 책임과 사고를 보고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배임 혐의도 피하기 어렵다.
금감원은 임 회장의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내부통제 부실 등의 책임에서는 피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그간 금감원과 금융업계는 지배구조에 있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이를 위해 이사회 기능을 강조해 왔는데 우리금융이 이런 노력을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난 2023년부터 사외이사 간담회 정례화, 지배구조 모범관행 발표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있어서 경영진 견제 등 이사회 기능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에 대해서도 2023~2024년에 총 4차례에 걸쳐 간담회가 열렸다.
업계에서는 이 원장이 직접적으로 우리금융 경영진을 향해 날 선 비판을 내놓는 점 등을 봤을 때 CEO제재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 회장과 조 행장 동반 중징계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 원장이 취임 후 CEO 제재와 관련해선 ‘신중론’을 펼쳐온 만큼 직접적인 언급이 나온 이상 CEO 제재 등 중징계를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원장은 “(당국은) 법률상 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가동해 검사 제재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은행이 (사건 관련 사항을) 숨길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상 보고해야 하는 내용이 제때 보고가 안 된 건 명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 측은 금감원의 검사 결과와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2일 임종룡 회장이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 드린다”고 한 이후 추가 메시지를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IT조선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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