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체코 수출 발목잡는 美원전기업…'지재권 분쟁' 뭐길래
대통령실 "굳건한 한미 동맹 기조 속 긴밀히 협의"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24조 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최종사업자 선정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남짓. 내년 3월 본 계약만을 남겨둔 팀코리아에 악재가 날아들었다.
체코에 수출할 한국형 원전 모델이 자사의 원천 기술을 침해했다며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발목을 붙들었기 때문이다. 'K-원전'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유를 주장하는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은 이미 공론화한 상황으로, 체코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이번 계약 건에 있어 돌발 악재가 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원전을 해외에 수출할 때 원천 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에 동의받아야 하는데,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업에 일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체코 원전' 본 계약 전 선결 과제는 美 웨스팅하우스 설득…왜?
27일 정부 등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 등으로 구성된 민관 대표단은 체코 원전 수주 마무리 작업을 위해 이달 초 미국을 찾아 미 에너지부 및 웨스팅하우스 고위관계자와 만났다.
하지만 이번 만남은 별다른 소득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에너지부 역시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 즉 민간기업 간의 문제라는데 정부차원의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상은 내년 3월 체코 신규 원전건설 사업 수주에 본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선결해야 할 과제다.
우리나라가 원전을 해외 수출하기 위해서는 원천 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의 동의를 받게 돼 있다. 이는 1978년 결성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미국 원전에 기반을 둔 한국형 원전은 미국 에너지부의 수출 통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만 체코와 같이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맺은 나라로의 수출은 신고만 하면 절차는 끝난다. 그러나 문제는 신고 주체가 미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라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22년 11월 한수원이 미 에너지부에 체코 원전 사업 입찰 관련 서류를 제출했는데, 미 에너지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신고서는 미국인 또는 미국 법인이 제출해야 한다"는데 이를 반려한 바 있다.
하지만 한수원과 원전 원천 기술을 두고 소송전을 진행 중인 웨스팅하우스는 신고 자체를 뒤로 미루면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원천 기술이 뭐길래…한수원-웨스팅하우스 지재권 소송 내용은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3대 핵심 기술로 꼽히는 원자로 냉각재펌프(RCP)와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원전설계핵심코드 등을 포함한 원전 설계‧건설을 위한 한수원 기술에 자사 기술이 적용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수원은 우리나라 원전 기술이 걸음마를 뗐던 1980년대 미국 기술에 의존했던 때와 달리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성공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원전 기술 자립에 나선 한전은 지난 1987년 한빛(옛 영광) 3·4호기 건설을 추진하면서 미국 원전 회사인 CE와 기술 도입 계약을 맺었다. 10년 계약이 끝난 1997년에는 유럽의 다국적 회사인 ABB에 CE가 인수되면서 이름을 바꾼 ABB-CE와 기술사용협정을 맺고 한국형 원전(APR-1400)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한수원은 협정이 만료된 2007년부터는 국내 원전 업체들과 3대 핵심 기술을 비롯한 원전 기술 개발에 나섰고, MMIS는 2010년, RCP는 2012년, 원전설계핵심코드는 2017년 국산화에 성공했다.
한수원은 지금의 소위 'K-원전', 주력모델인 APR-1400형의 경우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는데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을 전면반박하고 있다.
◇대통령실, 체코 원전 수출 美 웨스팅하우스와 갈등에 "한미 동맹 기조 속 긴밀히 협의"
대통령실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지재권 소송분쟁이 체코 원전 수출로 불똥이 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굳건한 한미 동맹 기조 속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향후 체코 원전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굳건한 한·미 동맹 기조하에 미국 측과 지속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미 양국 정부 간에는 원전을 포함하여 재생·수소 등 에너지 전반에 관해 협력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정부는 양국 원전 기업 간 분쟁의 원만한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는 당장 지재권 분쟁을 말끔히 해결하기는 어렵다면, 웨스팅하우스에 제시할 수 있는 카드로 협상테이블을 조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제안이 나온다.
실례로 국산화 과정의 과도기에 있던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출에 성공했을 때도 지금과 같이 웨스팅하우스가 원천 기술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지만, 당시에는 RCP와 터빈 기자재 등을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구매하는 선에서 기술 사용 문제를 풀기도 했다.
한편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한수원의 독자적인 원전 수출을 막기 위해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른 수출 통제 대상인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 허가 없이 수출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민간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소송 주체가 될 수 없다며 각하했다. 이후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은 수출통제 집행 권한이 미국 정부에 있다고 판결한 것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10월 항소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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