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출생 천재, 100명 넘는 자녀...체포된 텔레그램 창업자 두로프는
“저는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워지는 것이 목적이었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인생의 사명입니다.”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40)는 지난 4월 미 언론인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인생관이 그대로 투영된 듯 텔레그램은 세계에서 가장 보안성이 높은 메신저 앱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4달이 지난 뒤 두로프는 프랑스에서 체포돼 구금됐다. 26일 검찰은 “두로프는 텔레그램이라는 플랫폼에서 범죄 활동 등으로 체포됐다”면서 “지난달 시작된 아동 포르노 유통 및 마약 판매 공모, 돈세탁 등 여러 잠재적 혐의 수사의 일환”이라고 했다. 두로프가 꿈꿨던 자유가 통제되지 않는 상황으로 번지면서 범죄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두로프는 다양한 수식어를 갖고 있다. 미 CNN은 그에 대해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의 천재성, (트위터 전 최고경영자) 잭 도시와 일론 머스크의 기괴한 생활 습관, 자유주의적 성향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1984년 소련에서 태어난 그는 형인 니콜라이 두로프와 함께 어렸을 때부터 수학 영재라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또 프로그램 코드를 만드는 작업을 좋아해 IBM 컴퓨터로 프로그래밍을 스스로 연습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06년 소셜미디어 회사 ‘프콘탁테(VK)’를 만들었지만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우크라이나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넘기라는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거절한 뒤 VK 지분을 매각하고 러시아를 떠났다. 이후 그는 카리브해의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에서 설탕 산업에 25만 달러를 기부하고 시민권을 취득한 뒤, 2021년엔 프랑스 시민권을 얻기도 했다. 현재 VK는 러시아 정부 통제를 받고 있다.
러시아를 떠난 두로프는 2013년 강력한 종단간 암호화를 바탕으로 하는 텔레그램을 만들었다. 그는 이 메신저 앱이 범죄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2016년 CNN과 인터뷰에서 두로프는 “범죄자에게는 안전하면서 정부에게는 개방적일 수는 없다”며 “안전하거나 안전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고 했다. 보안성이 강한 이 앱은 큰 인기를 끌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9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두로프는 약 155억 달러(약 20조6000억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에서 121번째 부자에 올라 있다. 두로프는 이달 중순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내게 100명이 넘는 생물학적 아이들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12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자를 기증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를 체포한 프랑스에서는 “두로프 체포는 정치와 관련이 없다”고 했다. 텔레그램 상에서 은밀하게 벌어진 익명의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체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회사와 러시아의 관계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18년 러시아 정부는 텔레그램에 암호 해독 키를 제공하라고 했지만 두로프는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그해 4월 텔레그램을 금지했지만, 2020년 금지를 풀었고 지금은 러시아에서도 제한 없이 운영되고 있다. CNN은 “러시아 정부의 많은 공무원이 공식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텔레그램이 자유롭게 운영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정부의 협조 덕분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두로프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프랑스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프랑스 당국에 해명을 요청하고 영사 접근권 보장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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