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60만원 내면, 돈이 없어요"..20대들이 법원에 가는 이유 [혼자인家]
학자금 대출에 물가까지 올라 '빚의 굴레'
도덕적 해이 막을 수 있는 정교한 대책 시급
[파이낸셜뉴스] 20대들의 개인회생 신청이 급증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인회생은 소득으로 빚 일부를 갚으면, 나머지 채무는 면제해주는 제도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20대 1인 가구 청년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29세 이하 청년이 서울회생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건수는 3278건으로 전년 2255건보다 45.3% 증가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2년 새 83.4% 는 것이다. 특히 전체 회생 신청 인원 가운데 20대의 비율은 2021년 상반기 10.3%에서 하반기에는 17.0%까지 높아졌다.
사회초년생인 이들이 과도한 빚을 지게 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질적 대학 만능주의로 인한 ①학자금 대출, 경기침체 장기화로 오는 ②고용악화, 주식·가상자산에 따른 ③ 빚투(빚내서 투자), ④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까지.
상당수 청년은 학자금 대출을 시작으로 빚의 굴레에 빠지기 시작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 학생 수는 전년보다 1676명 늘어난 41만1093명으로 조사됐다. 학자금 대출의 경우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로 나뉘는데 지난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은 24만950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소득을 담보로 빚을 지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다.
일자리도 부족하다. 지난 1분기 20대 이하 청년층의 임금 근로 일자리는 308만6000개로 1년 전보다 10만2000개 줄었다. 반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일자리는 357만9000개로 26만3000개 늘어났다. 20대 인구는 점점 줄고, 60대 이상은 늘어나 노동시장의 양극화도 심각해졌다.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노동시장에서 만드는 20대 일자리는 줄어들고, 대신 고령층이 주로 가는 정부 주도 공공 일자리만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저출생 고령화까지 맞물리면서 당분간 일자리 양극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유행이었던 빚투와 영끌도 청년층 개인회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상화폐와 부동산으로 벼락부자를 꿈꾸던 이들이 빠르게 오르는 금리와 급격하게 떨어지는 자산가치로 빚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돈벌이로는 집은 물론 저축도 못 해요."
물류회사에 다니며 월 200만원을 받는 윤민석(가명·26)씨는 한 달에 월세, 공과금, 식비 포함 100만원 가량의 생활비만 지출한다. 나머지는 대출 이자를 갚는다. 문제의 발단은, 2년 전 코인회사에 다니며 직접 보고 듣던 이야기였다. 단번에 수천, 수억원을 벌었다는 투자자의 이야기에 마음이 혹한 것이다. 이에 연 17~19%대 고금리 리볼빙과 카드론 2700만원을 받았지만, 이 돈이 사라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들의 평균 채무액은 7159만원이었고, 채무액을 구간별로 보면 3천만∼6천만원 미만이 39%로 가장 많았다. 이어 6천만∼1억원 미만(35%), 1억∼1억5천만원 미만(11%), 1억5천만원 이상(6%) 순이었다.
우리 사회의 미래인 청년들이 빚더미를 떠안는 건 불행한 일이다. 빚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늘어날수록 경제성장의 동력이 약화되고 저출산 문제도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법원의 개인회생·파산, 신용회복위원회의 워크아웃 등 다양한 채무조정 제도를 확대해 청년들이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일을 해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근본적인 해법도 중요하다.
다만, 알아서 빚을 탕감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부추기는 건 조심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회생이 늘어난 데는 서울회생법원이 2022년 하반기부터 채무자가 갚을 돈을 산정할 때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로 생긴 손실금을 제외해 준 영향도 있기 때문이다.
일확천금을 노린 투자의 실패까지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회복의 기회를 주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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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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