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특명' 전영현 100일…삼성 '최고 반도체 기업' 회복 성과는

한재준 기자 2024. 8. 2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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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취임 직후 조직·분위기 쇄신 주력…핵심 사업 위주로 효율화
'근원 경쟁력 확보' 주문…HBM 여전히 난항, 엔비디아 하반기 납품 주목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전영현 부회장이 삼성전자(005930) 반도체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지 3개월여가 지났다. 전 부회장의 지휘하에 전열을 정비한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오는 28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핵심은 AI 메모리'…HBM 중심으로 조직 개편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자". 지난 5월21일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장으로 취임한 전 부회장의 일성이다.

전 부회장의 등판은 삼성 반도체의 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메모리로 떠오른 HBM에서의 실기에 이어 D램, 낸드플래시도 경쟁사의 추격을 허용하자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반도체 수장을 교체했다.

전 부회장은 취임하자마자 각 사업부로부터 현황 보고를 받고 쇄신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 결과로 지난달 초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단행했다.

취임 후 첫 조직 개편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할 수 있다. HBM 등 핵심 사업 위주로 조직 효율화에 나선 것.

전 부회장은 HBM 개발팀을 신설해 연구 역량을 결집했다. AI 핵심 메모리인 HBM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HBM 개발 조직을 해체하면서 AI 메모리 분야에서 경쟁사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박철민 삼성전자 어드밴스드패키징(AVP) 사업팀 상무가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뉴스1 미래산업포럼(NFIF) 2024'에서 삼성전자 반도체의 여정과 어드밴스드 패키징의 가능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4.7.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설비기술연구소와 어드밴스드패키징(AVP) 전담팀은 사실상 해체 수준으로 축소했다. 해당 조직 연구 인력을 메모리 분야에 집중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공정 설비를 개발하는 설비기술연구소 인력을 반도체연구소와 평택 메모리제조기술센터(MTC)로 배치했다.

경계현 전 DS부문장(현 미래사업기획단장) 직속 조직으로 출범한 AVP전담팀 인력도 뿔뿔이 흩어졌다.

이중 HBM 패키징 담당 인력은 메모리 사업부로 흡수됐다. HBM 점유율 확대가 시급한 만큼 패키징 사업화보다는 제품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HBM은 D램을 여러층 쌓아 만드는 만큼 패키징의 완성도가 수율(양품 비율)과 직결된다.

◇호실적에도 "근원 경쟁력 없다" 채찍질…분위기 쇄신 집중

LG반도체 D램 개발 연구원 출신인 전 부회장은 지난 1999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을 거치며 삼성전자 메모리 경쟁력을 높인 주역으로 꼽힌다.

전 부회장은 그룹 내 최고의 기술통으로 불릴 만큼 경영 스타일 또한 기술력을 최우선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분기 실적 발표 후에도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근원적 경쟁력 확보'를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스템LSI에 이르는 종합 반도체 기업이지만 핵심 사업은 여전히 메모리다.

삼성 반도체의 본체인 메모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전 부회장의 판단이다. 조직개편도 이러한 판단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 28조 5600억 원, 영업이익 6조 4500억 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의 매출을 뛰어넘었지만 전 부회장은 "실적 개선은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냉정한 진단을 내놨다. AI 특수를 누리지 못한 채 메모리 가격 인상이라는 반사이익으로 숫자만 좋아졌다는 뜻이다.

그만큼 전 부회장은 메모리 기술력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 분위기를 추스르면서 미래를 도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전 부회장이 '최고 반도체 기업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GTC 2024'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HBM3E 12H 제품에 사인을 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갈무리) ⓒ News1 한재준 기자

◇"HBM 상황 여전히 안 좋다"…5세대 이어 6세대 승부수 먹힐까

전 부회장 취임 이후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4세대 HBM(HBM3) 납품을 시작했다.

하지만 5세대(HBM3E) 제품 공급 소식은 아직도 들리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에 5세대 물량 대부분을 공급하는 곳은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 HBM3E 8단 제품 양산 계획을 밝히면서 엔비디아 공급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커졌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말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언론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AMD 등에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를 뚫지 못하면 HBM 사업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 공급 여부가 시장 점유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HBM3E 8단,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성능 검증 통과와 더불어 차세대 제품인 HBM4 양산을 통해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메모리 업계 모두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HBM4에서 전 부회장이 해결사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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