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은 천혜자원 단양팔경에 재앙”…주민들은 ‘수몰 트라우마’
청양 “이번이 벌써 네번째…”
화순 “댐 영향 인구 절반 줄어”
“월악산 국립공원 지역이자, 상선암·중선암·하선암 등 천혜의 자원 단양팔경이 있는 곳에 댐이라니요. 막무가내도 이런 막무가내가 없어요.”
환경부가 발표한 단양천댐 후보지 상류 충북 단양군 단성면 선암계곡에서 생활하는 장익환(70)씨는 분노했다. 지난 9일 만난 그는 단양군의회 2, 3대 의원, 전국국립공원주민연합회 단양군지부장을 지낸 데 이어, 지금은 이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한다. 그는 “평생 계곡을 떠난 적 없다”고 했다.
“댐이 물을 막으면 계곡은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어요. 정체된 물로 모래·흙이 쌓여 펄이 생기면 천혜 절경인 단양팔경도 영향을 받아요. 굳이 국립공원 지역까지 망가뜨려가며 댐을 강행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어요.”
1㎞ 남짓 아래 단양팔경 중선암 주변에 사는 주민 심의수(64)씨도 “계곡·단양팔경을 보호한다며 각종 규제로 행위를 제한해 주민에게 피해를 주더니, 아예 정부가 나서 댐으로 계곡을 훼손하려는 태도가 어이없다. 댐은 자연과 사람 모두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댐 건설 발표 뒤 단양은 그야말로 ‘투쟁 전야’다. ‘댐 건설 결사반대’ 펼침막이 곳곳에 걸리고, 반대 여론이 결집한다. 단양군이 즉각 반대 뜻을 밝힌 데 이어, 단양군의회는 지난 6일 댐 건설 백지화 촉구 건의문을 환경부에 전달했다. 환경부는 지난 8일 단성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댐 건설 관련 주민 설명회를 열었지만 단성면 이장협의회는 참석을 거부하고, 설명회장 앞에서 댐 건설 반대 집회를 열었다. 김문근 단양군수는 “댐 계획 발표 전후 정부에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만약 강행하면 주민과 함께 강력한 반대 운동을 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양군은 단양천댐이 자연환경 훼손뿐 아니라 정부가 발표한 ‘용수 전용’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 군 전역을 묶어 추진하는 유네스코 지질공원 지정 노력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단양군은 단양천댐 후보지로 단양군 단성면 중방리를 추정했다. 기존 단양천 우화교 상류 600~700m 지점으로 단양팔경·선암계곡 진입부다. 생태자연도 1~2등급을 유지할 정도로 물이 맑고, 모래톱엔 철새 등이 노니는 곳이다.
댐 건설 위치에 마을(중방리)이 형성돼 있으며, 계획대로 만수(2600만㎥)되면 소선암교까지 물이 차는데 대잠리 마을, 휴양림·야영장 등이 수몰되거나 이전해야 한다. 단양은 1985년 충주댐 건설 때 2684세대가 이전하는 등 ‘수몰 트라우마’가 여전하다. 특히 충주댐 건설에 따른 강제 이전이 인구 감소와 지역 침체로 이어졌다고 본다.
실제 댐 건설 전인 1980년 7만2905명이던 단양 인구는 1985년 6만2961명, 1990년 4만9634명에 이어 2000년 3만6094명이 됐다. 댐 건설 15년 만에 반 토막이 됐고, 지금은 2만7천명 남짓이다. 단양군은 “단양팔경 등 관광자원으로 지역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농업·공업용수가 더는 필요치 않은 곳에 용수 목적으로 댐을 만든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댐 목적, 지질·지형 조건, 사회·환경 조건 등도 부합하지 않아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 북부 단양에서 200여㎞ 떨어진 충남 청양군 장평면도 지천댐 건설 발표 이후 시끌시끌하다.
지난 9일 충남 청양군 장평면 죽림리 칡목(아랫마을)에서 만난 김태종(69)씨는 “댐을 건설하면 수몰지역 주민은 고향을 잃게 된다. 수백년 이어온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기는 중대 사안을 뉴스를 보고 알아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정부가 댐 건설 예정지를 발표하기에 앞서 주민들에게 댐 건설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생계대책 등을 제시했어야 했다. 이달 27일께 환경부에서 수몰지역과 보상대책 등을 밝히는 설명회를 연다는데 주객이 바뀐 일 처리”라고 비판했다.
장평면 이장들과 농민단체 등으로 꾸려진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는 12일 충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천댐 계획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역시 댐 후보지인 전남 화순군 사평면 주민들도 지난 9일 면사무소에 모여 “이러다 면사무소까지 옮기는 거 아니냐”며 정부의 동복천댐 건설 계획을 걱정했다. 이곳 역시 ‘수몰 트라우마’가 있다. 1984~1992년 주암댐 공사로 장전·절산·사수리 등 6곳이 수몰됐고, 1980년 8천명이던 인구는 1995년 3346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환경부가 댐 계획만 발표하고, 위치 등을 공개하지 않아 화순군은 답답하고 난감하다. 구복규 화순군수는 “댐을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해당 지자체와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하는데 갑자기 발표하니 당황스럽다”며 “물 부족 상황은 이해하지만 정확한 위치와 수역 범위, 주민 피해 대책을 공개하지 않으니 주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평 주민들은 국도 15호선 주산2교 주변 주산리 일대를 신규 댐 자리로 꼽는다. 1971년 준공된 동복댐(9900만㎥)과 주암댐(4억5700만㎥) 중간으로, 과거 정부 때 지질조사가 몇차례 있었던 곳이다. 정태수(63) 사평면 번영회장과 찾은 주산2교 인근 주암댐 상류는 최근 내린 비로 물이 가득 차 있고, 바위산이 하천 양쪽으로 자리해 댐 건설 최적지로 보였다.
하지만 정 회장은 댐이 생기면 주산리와 절산리 장선·절동마을 등은 수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주암댐을 만들 때 농업·공업용수 공급 목적이라며 수상 레저시설을 설치해 사평면을 발전시키겠다고 했지만, 식수로 쓰고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묶어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주암댐이 지역 소멸을 가속시켰는데 댐이 또 생기면 사평에 누가 살겠나”라고 푸념했다.
단양 청양 화순/오윤주 송인걸 김용희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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