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앞 또 불발된 '간호법'…파업 코앞인데 책임넘기기 '급급'
與 "야당이 소극적" vs 野 "尹 거부권 행사해"
28일 원포인트 회의 열 수도…통과 불투명해
쟁점은 PA 간호사 업무 규정 범위 명시할지 여부
29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예고…의료현장 혼란 불가피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했던 간호법(간호법 제정안)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PA(진료지원) 간호사 업무 범위 규정을 두고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다.
이에 따라 예고했던 오는 28일 본회의 통과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29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결국 국회가 협의에 실패하면서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간호법 28일 합의하자 해놓고…여야 '책임 떠넘기기'
여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국회 복지위 여당 간사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이날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지난 목요일(22일) 소위에서 간호법은 합의되지 못했는데 야당의 태도도 기대와 달리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안상훈 의원도 "야당의 일방적인 청문회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 회의에 들어와서 임했다. 같이 좀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불발됐음에도 일방적으로 야당 탓을 한다고 맞섰다. 야당 간사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진작 제정됐을 법"이라며 "당시 거부권을 사용해 놓고 본인들이 급하다고 야당이 '소극적인 태도로 임했다'고 하는 말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같은당 남인순 의원도 "전향적으로 얘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야당 탓을 하느냐"고 따졌다. 이후 공방이 이어지자 이날 회의는 결국 산회했다.
여야는 28일까지 막판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전격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은 본회의가 열리는 28일 오전 간호법 논의를 위한 '원포인트' 상임위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야당에서는 '진전된 안건을 갖고 오라'며 버티고 있다. 야당 복지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많이 양보한 상황에서 여당은 기존 안을 그대로 들고 원포인트 회의를 제안했다"라며 "진전된 안을 제안해야 추가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공을 던졌다.
쟁점은 PA 간호사 업무 범위 규정…29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예고
여야가 다투는 주된 쟁점은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 규정이다.
우선 야당은 정부가 제시한 안이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안은 PA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를 규정하며 '한계 전문간호사 자격 보유 여부, 임상경력 및 교육과정 이수 등을 고려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업무 범위를 구체적인 법령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행령 등으로 정할 경우, 정부가 임의로 업무 범위를 정할 수 있어 직업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여당은 의료 공백 사태에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조속히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법안을 통과시킨 뒤, 현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시행규칙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유동적인 의료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사전에 개별적인 사항을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이밖에 간호법에 따른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학력 기준을 두고도 여야 입장이 다른 상태다.
이대로 간호법이 불발될 경우, 그동안 국회에 상당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논의에 손 놓고 있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간호법은 발의됐고,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1년 3개월 동안 제정을 방치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파업 등으로 의료 공백까지 발생한 상황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보건의료노조는 간호법 통과를 촉구하며 29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결국 간호법 통과가 무산되고 보건의료노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의료 현장에서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노조 측에서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반적인 인력 부족이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위급 상황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여야가 28일까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의료 공백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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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seokho7@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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