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이 뭐길래"...안양 평촌 중학교 배정 갈등 '2라운드' [현장]
범계중 배정 목련마을 "평촌트리지아 등 신규 입주단지 물량 고려를"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둔 엄마다. 곧 중학교를 보내야 하는데, 신기중학교를 배정받으면 10차선 도로를 건너 통학해야 한다. 좀더 안전이 확보된 학교로 보내고 싶다. "(무궁화마을 아파트 주민 A씨)
"얼마전 있었던 목련마을과 무궁화마을 간 갈등이 지금 또 비슷한 양상으로 생겨나는 것 같다. 무궁화마을 주민의 말씀은 공감한다. 그러나 무궁화마을에서 똑같이 1지망으로 범계중을 써내면 기존 목련마을 주민 자녀들이 다른 학교로 튕겨져 나가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목련마을 아파트 주민 B씨)
일단락 되는가 싶던 경기도 안양 평촌의 중학교 배정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기도의회가 26일 안양시의회 건물에서 가진 '중학교 입학 배정 개편 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 현장은 이런 갈등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안양 무궁화마을 범계중 1지망 배정 불만 계속
길 하나를 두고 범계중 배정 여부에 따라 아파트 가격 차이가 적어도 2억~3억원 벌어져 있다는 배경이 있기도 하지만,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선도지구 같은 개발 이슈와 학령 인구 감소 문제까지 겹치면서 학군을 쉽사리 변경하지 못하는 현실이 이유로 작용한다.
토론회 자리에서 안양과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안양에서는 많은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평촌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으로 인한 재건축 등이 예견되고 있는 상황으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의 학교 배정 방침을 언제까지 적용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지역주민과 학부모 사이에서 첨예한 이해갈등을 가져올 수 있어 사회적 합의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노력이 중요하고 그러려면 충분한 시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최근 주민 갈등을 겪었던 중학교 배정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안양과천교육지원청은 지난달 25일 설명회를 열고 현행 지망 방법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번에 열린 토론회에서는 주민간 갈등이 전혀 가라앉지 않았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무궁화마을 아파트 주민 C씨는 "지금 우리 아파트에서 범계중학교까지 직선거리가 25m밖에 안 되는데 우리 자녀들은 지난 30년 넘는 기간 동안 1km 넘는 우범지대를 통해 다른 학교를 걸어다녔다"며 "외곽순환고속도로 밑 지하차도로 다니고 있다"고 소리높였다. 범계중 배정을 통해 통학거리가 가까워졌으면 한다는 희망 섞인 주장이다.
이에 비해 목련아파트의 B씨는 "지난달 25일 설명회에서는 평촌 트리지아 입주로 호계중의 학생수가 늘어 과밀해지면 다른 중학교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금 중학교 배정 방식을 바꿀 수 없다는 결과를 들었다"며 교육청의 방침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양의 중학교는 만안중학군과 동안중학군으로 나뉜다. 이 중 동안중학군은 다시 동A, 동B, 평촌 등 3개 권역으로 구분된다. 또 평촌권역의 경우 신기초등학교 통학구역에선 신기중학교를 1지망으로 써야 한다. 범계초등학교 통학구역은 범계중학교를 1지망으로 쓰게 돼 있다. 호계동의 무궁화마을의 아파트 절반은 범계중과 가까워 의무적으로 신기중을 1지망으로 써야 하는 방식에 불만이 있어왔다. 신기중을 가려면 왕복 10차선 도로를 지나야 한다.
이런 학교배정 방식은 약 30년 전 1기 신도시 조성 당시 정해진 그대로다. 주민들의 불만이 수십년간 계속되면서 최근 배정 방식 변경을 시도한 것이 지난 상반기다. 무궁화마을 아파트 단지 학생들도 범계중을 1지망으로 쓸 수 있도록 검토를 했던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범계중 배정인 목련마을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대하고 나섰다. 역시 무궁화마을 주민들도 가만 있지 않았다. 성남시 정자동의 경기교육감 자택 앞에서 범계중 배정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기도 했다.
◇학군이 뭐길래…범계중 배정 단지가 비싸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이채명 경기도의원은 무궁화마을의 중학교 배정 방식과 관련한 청원을 올려 알렸던 의원이다. 당시 목련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일부 주민들은 이 도의원이 무궁화마을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며 이해충돌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무궁화단지를 소유한 채 중학교 배정 기준을 바꾸려 시도한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이 도의원은 토론회에서 "목련마을 주민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 도의원은 "과거부터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된 문제로, 주민을 대변하기 위해 불합리한 점을 바꾸려고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청원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평촌에서는 대안여중이나 귀인중 다음으로 선호도가 높은 학교가 범계중이다. 이에 범계중 배정 아파트가 신기중 배정 아파트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다.
범계중을 배정받는 호계동의 목련마을 신동아9단지는 지난 7월 전용면적 100㎡가 12억5000만원(5층)에 거래됐다. 목련마을 두산아파트 전용 101㎡는 지난 8일 14억원(8층)에 매매거래가 체결됐다.
신기중을 배정받는 무궁화마을 경남아파트는 지난달 전용 84㎡가 8억3000만원(8층)에 거래가 체결됐다. 무궁화마을 효성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7억8800만원(12층)에 거래됐다.
주택형 크기 차이를 감안해도 다소 가격이 벌어진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학교 배정이나 역세권 등 위치가 크게 작용한다"며 "경기도에서 평촌의 학원가가 최대 규모다. 학교 때문에 이사오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36평의 좋은 매물은 가장 저렴하게 해도13억원 이상은 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좋은 학교 배정이 아파트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쉽사리 학교배정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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