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주택담보대출 증가와 효과적 금융정책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속도가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전체 주담대 잔액은 1092조7000억원으로 1분기 말에 비해 16조원 증가했다. 특히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속도는 점차 가팔라지고 있는데, 올해 5월 이후 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5조원이 넘는 증가속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다음으로 주담대는 현재 부진한 민간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규모가 큰 대출인 주담대 증가는 상당기간 가계의 이자 지급 및 원금 상환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져 가처분 소득을 줄이게 된다. 가계의 소비 여력을 축소시켜 내구재 등 고가의 소비지출 감소가 불가피해진다. 실제로 승용차 및 의류 등 재화 소비 부진이 지속돼 민간소비는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전월 대비 0.2% 감소한 상황이다. 양호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민간소비 및 투자 부진 여파로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월 대비 0.2% 역성장했다.
다행히 정부도 주담대 증가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주담대 증가속도 억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주담대 억제를 위한 정책 시행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선 효과적인 주담대 공급 및 수요 억제정책의 병행이 필요하다. 지난 2022년 초 시행된 대출총량제는 오히려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을 불러왔고 차주의 이자비용 증가로 대출 부실화를 초래했다. 이는 은행별로 상이한 자본확충 수준에 상관없이 일률적인 대출 총량 축소를 요구한 규제 여파로 오히려 은행은 이자이익 보전을 위한 영업전략을 택했다. 즉, 대출공급 축소에 따른 영업수익 감소에 대비해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은행 스스로 주담대 공급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주담대에 대한 경기 대응 완충 자본제를 강화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즉, 주담대 시행 시 은행에 1% 이상의 요구자본을 추가로 부과함으로써 은행 스스로 주담대에 대한 대출공급을 줄이는 대신 기업대출은 늘려 수익을 보전하는 영업전략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오랜 기간 은행대출 행태를 연구해온 필자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살펴보면 국내 은행들은 주담대에 대한 요구자본 증가 시 중소기업 대출 등 기업대출의 비중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
또한 주담대 수요 억제 측면에서 효과적 금융정책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조기 시행 및 강화이다. 스트레스 DSR는 주담대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한도를 산출함으로써 차주의 대출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주담대에 대한 스트레스 DSR 시행 시 필요한 경우 가산금리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내달 스트레스 DSR의 2단계 시행에 이어 2025년 초에는 3단계로 기본 스트레스 금리의 100%가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주담대의 빠른 증가속도를 고려하면 스트레스 DSR의 단계별 시행을 좀 더 앞당기고 가산금리 부과 수준을 높여야 한다.
한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향후 주담대 증가에 일조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정부의 주담대 억제를 위한 일련의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게 될 것이다. 더욱이 한국은행은 지난해 초 이후 1년 7개월간 기준금리를 현 3.5%로 동결하면서 사실상 주담대 급증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 연준이 해당 기간 동안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연방기금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한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오랜 기간 기준금리가 동결되며 국내 시장금리는 사실상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참고하지 않고 미국의 국채금리를 반영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점차 물가수준이 잡혀가는 등 긴축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낮아진 미 국채금리의 영향으로 최근 국내 시장금리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고정금리형 또는 변동금리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은행채(AAA) 5년물, 코픽스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말 대비 각각 0.7%포인트, 0.4%포인트 하락하면서 차주의 대출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행의 섣부른 기준금리 인하는 현재 높은 수준의 물가를 자극하고 주담대 증가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금융당국은 주담대 공급 및 수요 억제를 위해 앞서 언급한 정책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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