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BMS 시장 선점”… ‘전기차 포비아’ 속 기술 고도화 경쟁
충전상태 알림 넘어 안전 기술 탑재
세계 BMS 특허 출원 4년새 142%↑
“전동화 시기 업체 핵심 기술 경쟁력”
‘전기차 배터리의 두뇌’로 불리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놓고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서 주도권을 가져야 향후 3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BMS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의 종합적인 안전과 성능 관리에선 완성차 업체가 앞선다”는 논리를 펼친다. 배터리 업체는 “배터리 관련 기술과 정보는 배터리 제조 업체가 최고”라고 맞서고 있다.
● 30조 원 신성장 시장으로 ‘배터리 두뇌’ 주목
BMS는 전기차 안전에 핵심 기술로 꼽힌다. 배터리에 연결된 센서로 전압, 전류, 셀 온도 등 배터리에 관한 모든 정보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이상 상황을 미리 감지하거나 성능이 떨어질 경우 이를 향상시키는 조치를 취한다.
배터리는 충돌 등에 의해 다량의 셀이 동시에 손상되는 경우가 아니면 문제가 발생하기 전 전압 하락과 같은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BMS가 중요하다.
업계의 관심은 이제 ‘BMS 고도화’로 옮겨가고 있다. 배터리 충전 상태 등을 알려주는 수준 이상의 안전 기능을 개발해 차량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BMS 시장은 2025년 68억 달러(약 9조277억 원)에서 2035년 220억 달러(약 30조 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기아는 ‘BMS 안전 서비스 확대’ 홍보 자료를 사흘에 걸쳐 발표했다.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21일 BMS 관련 특허 건수가 국내 업체들 가운데 가장 많다고 자료를 냈다.
● 완성차 vs 배터리 업체 간 경쟁 가열
현재까지 BMS 시장 주도권을 쥔 건 완성차 업체들이다. 배터리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와 이와 연동된 칩 등 하드웨어를 주로 완성차 업체가 제작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와 같은 소프트웨어(SW) 역량 강화에 나선 완성차 업체들은 이 물리적 장치 위에 구동하는 각종 안전 기능도 직접 제작한다.
배터리 업체들의 추격도 거세다.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BMS 장치(BMU)를 직접 개발하거나 관련 SW 특허를 출원하며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 9곳에 안전진단 SW(BMS)를 적용하고 있다”며 “배터리 안전진단 SW 사업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각종 SW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배터리 안전, 성능을 다루는 SW인 BMS 또한 전동화 시기 업체의 핵심 기술 경쟁력으로 올라서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 데이터 확보 놓고 신경전도
BMS 고도화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를 놓고 업체들 간 신경전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BMS 운영 실데이터를 기술 고도화의 목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배터리 안전과 성능을 진단하는 SW를 개발하고 있다.
반면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 결함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배터리 정보를 공유받기 힘든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로부터 데이터를 받으려 해도 고객들로부터 ‘제3자 정보 제공 동의’를 따로 받아야 한다. 결국 전기차를 직접 구매해 주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일각에선 소비자 안전 문제인 만큼 BMS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안전과 연관된 데이터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데이터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배터리 데이터는 완성차 업체들의 핵심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어 이를 배터리 업체와 쉽게 공유하긴 힘들 것”이라면서 “BMS 주도권을 놓고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들 간 경쟁이 심화하는 와중에 관련 시장도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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