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메가시티 중 폭염 위험도 증가율 5위… AI로 날씨 예보 정교화”

박성진 기자 2024. 8.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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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언 신임 기상청장 인터뷰
폭염백서 발간해 정책 제정 지원
수치예보모델 강화-조직 개편 등… 기상예측 정확도 높이기 위해 노력
한반도, 더는 지진 안전지대 아냐… 2026년까지 현장경보 시스템 강화
장동언 기상청장은 21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초단기 강수예측 모델 등을 개발해 예보 정확도를 높이고 기후위기라는 국가적 문제에 과학적 정책방향을 제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폭염은 메가시티에 더 치명적이다. 특히 서울은 세계 메가시티 중 ‘폭염 위험도’ 증가율이 5번째로 높은 도시다. 폭염 피해를 줄일 정책들이 마련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다.”

지난달 1일 취임한 장동언 기상청장은 21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연내 발간을 목표로 작성 중인 ‘폭염백서’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장 청장은 “올해 처음 발간되는 폭염백서는 과학적 분석에만 그치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정책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장 청장이 폭염 대비와 함께 강조한 것은 지진 대비다. 장 청장은 “올 6월 전북 부안군 인근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지진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진 통보가 5초 빠를 경우 사망자 80%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2026년까지 지진 현장경보와 조기경보 시스템을 병합해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소 정확도가 떨어지더라도 일단 최대한 빨리 지진 발생 사실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지진 현장경보 시스템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여름 기록적 폭우와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다.

“올해 한반도 여름 날씨는 이례적인 게 맞다. 6월부터 평균기온이 기상관측망을 대폭 확충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7월은 평균 최저기온이 23.3도로 평년보다 2.1도나 높았다. 열대야도 1994년 16.8일을 제치고 역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위뿐 아니라 올해 장마철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고온 다습한 공기와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매우 강하게 충돌하며 극단적으로 남북 폭이 좁고 동서로 긴 형태의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했다. 시간당 100mm 이상의 매우 이례적인 강도의 강수도 장마 기간에 9차례나 발생했다. 하루 만에 폭우와 폭염이 동시에 나타나는 극단적 변동성도 보였다. 지난달 20일 광주와 전남 곡성군 등에선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호우경보가 내려졌다가 비가 그치자 폭염특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한반도에서 기후변화가 유독 심한 건가.

“기후변화 때문에 이상 기후 현상들이 나타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상 기후 현상의 원인은 전 지구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거나 북극의 빙하가 줄어드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이상 기후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100년간 기온이 2도가량 상승했다. 반면 세계 평균 상승률은 1.3도다. 추세를 비교해 보면 폭염과 열대야가 심해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시간당 100mm 넘는 강수가 많아진 것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기상청 예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신뢰도는 근본적으로 정확도와 연결돼 있다.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들께서 체감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극단적 기상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며 예보 난도가 올라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예보가 빗나갈 때마다 국민 불편을 크게 초래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기대 수준에 아직 못 미치기 때문에 정확도를 높이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각종 기상 표현을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바꾸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시간당 50mm의 비를 예보할 때 어떤 강도의 강수인지 체감할 수 있도록 관련 영상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크게 두 가지,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 정교화와 조직 개편이다. 먼저 2026년 말까지 최대 1km 해상도 수준의 통합형 차세대 모델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KIM을 포함해 유럽, 영국 등 기상 선진국 수치예보모델의 해상도는 10km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발생하고 있는 국지성 호우 등은 이 정도 해상도로는 파악하기 힘들다. 또 기상청 레이더 영상 자료를 학습한 인공지능(AI) 예측 모델을 개발해 시험 중인데 내년 여름 전 초단기 예보에 활용할 계획이다. 예보 분석관의 근무 체계도 획기적으로 바꿀 생각이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기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감안해 공부할 시간을 확보해 주려고 한다.”

―최근 역대급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작성 중인 폭염백서를 살펴보면 전 세계 메가시티를 조사한 결과 2000년과 비교해 2020년 서울의 폭염 위험도가 2.7배 증가했다. 폭염 위험도 증가율은 싱가포르가 가장 높았고 상하이, 런던, 도쿄에 이어 서울이 5위를 기록했다. 폭염 위험도 상승에는 기온뿐 아니라 인구밀집도도 영향을 미친다.싱가포르 같은 경우 기온도 높지만 인구 증가 속도가 매우 빨라 폭염 위험도가 급속히 증가했다. 또 폭염 위험도가 높은 메가시티들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바다를 끼고 있다는 특징도 있다.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폭염 발생 빈도 등이 높아진 것이다. 서울의 폭염 위험도가 높은 만큼 도시계획 등을 만들 때 폭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정책들이 마련돼야 한다. 대구 같은 경우 ‘대구대표도시숲’ 조성 등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녹지를 늘리며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란 지적이 많다.

“그런 지적을 감안해 지진 대비 태세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지진 현장경보를 2026년까지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과 병합하는 게 목표다. 현장경보는 2개의 관측자료를 활용해 최대한 빨리 지진 발생 사실을 알리는 데 집중한다. 4개의 관측자료를 토대로 지진의 상세한 정보를 담아 전파되는 조기경보보다 속도가 빠른 게 특징이다. 올 6월 전북 부안군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 현장경보에 의한 속보는 최초 관측 후 4초 만에, 조기경보는 9초 만에 발표됐다. 궁극적으로는 현장경보를 통해 특정 진도가 예상되면 자동으로 가스밸브를 차단하거나 엘리베이터 작동을 중지하는 등 실질적으로 지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장동언 기상청장 프로필
△서울(59) △서울대 대기학과 학·석사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연구원 △기상청 수치예보개발과장 △기상청 기상서비스진흥국장 △기상청 지진화산국장 △기상청 기획조정관 △기상청 차장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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