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첫사랑 다시 만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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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책을 집어든 순간 '잃어버린 첫사랑'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어요."
26일 '박인희 컬렉션'(마음의 숲·사진)으로 오래전 쓴 저서들을 재출간한 가수 박인희(79)는 이렇게 말했다.
단독 콘서트를 위해 한국에 머무르던 그는 책이 비싼 값에 중고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고 재출간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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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와의 편지 수록 산문집
첫 시집 등 절판된 세권 다시 출간
내달 공연엔 “팬에 대한 감사함 표현”
“손으로 책을 집어든 순간 ‘잃어버린 첫사랑’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어요.”
컬렉션은 산문집 ‘우리 둘이는’(1987년)과 시집 ‘소망의 강가로’(1989년), ‘지구의 끝에 있더라도’(1994년) 등 절판된 그의 책 세 권을 모았다. 가수 활동을 접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라디오 DJ로만 활동하면서 틈틈이 적은 원고다. 재출간을 기념해 23일 서울 여의도 모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히트곡 속 통기타와 잘 어울리는 청아한 목소리를 간직하고 있었다. “평소엔 화장을 하지 않는다”는 그는 수수한 민낯이었다.
“20만 원, 30만 원에도 거래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당시 책을 편집했던 권대웅 씨가 이제 출판사(마음의 숲) 대표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출간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인터뷰 내내 조곤조곤한 목소리 톤을 유지하던 그는 이해인 수녀 이야기가 나오자 달라졌다. 얼굴은 상기됐고 목소리는 발랄해졌다.
“중학교 입학하기 하루 전 사복을 입고 양 갈래 머리를 한 걔(이해인 수녀)를 보는데 ‘쟤하고 한 반 되면 좋겠다’ 싶었죠. 그런데 반 편성 때 우리 반이 된 거예요.”
글을 잘 쓰지만 부끄러움이 많았던 두 소녀는 서로의 책상 서랍에 편지를 남기며 깊은 우정을 쌓아 갔다.
84편의 시가 실려 있는 그의 첫 시집 ‘소망의 강가로’에는 “외로워도 외롭지 않고, 방랑은 해도 방황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그의 메시지가 녹아 있다. ‘지구의 끝에 있더라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장벽을 넘을 수 있는 교감에 대해 노래한다.
요즘엔 9월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앙코르 공연 연습에 한창이다. 콘서트 후에는 공식 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돌아간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동안 한국에 머무를 예정이다. 미처 발표하지 못한 노래나 시를 다듬고 자작곡을 다른 가수에게 주는 것도 고려 중이다. 그는 “활동을 잘 안 하는데도 기다려주는 팬들에 대한 책임감과 감사함이 있다”며 “내가 지은 노래를 누군가가 불러준다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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