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배추 한포기 7300원… “추석 차례상 28만원, 9% 상승”

이민아 기자 2024. 8. 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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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1개 3900원, 시금치 100g 3675원
더위에 출하량 줄어 채소값 급등
곶감-대추-고사리 등도 줄줄이 올라
“아들-며느리 오는데 상차림 걱정”
2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고객이 채소 가격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여름 내내 이어진 기록적인 폭염으로 각종 채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추석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6일 오전 11시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 장을 보러 온 오현미 씨(60)는 채소 판매대 앞에 서 한참 동안 배추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는 “5인 가족이라 추석 전에 배추를 30포기 사서 김장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비싸서 20포기만 사야겠다”고 했다. 주부 박광숙 씨(62)는 “꼭 사야 할 게 없으면 아예 마트에 오지 않을 정도로 먹거리 가격 부담이 크다”며 “아들, 며느리가 추석에 집에 올 텐데 상차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했다.

먹거리 가격 급등으로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폭염으로 인해 채소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역대급 더위에 출하량이 줄고 품질이 저하되면서 정상적인 상품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 먹거리 물가 급등, 추석 차례상 비용도 올라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무 한 개 가격은 3901원으로 전년 대비 45.56% 올랐다. 배추 한 포기는 7306원으로 1년 전 같은 날보다 26.71% 상승했다. 배추 한 포기에 무 한 개만 해도 1만1000원이 넘는 셈이다.

시금치 소매 가격은 100g 기준 3675원으로 1년 전 같은 날보다 51.42% 올랐다. 시금치 한 단이 통상 400g임을 고려하면 한 단 가격은 약 1만4700원이 나온다. 그 외에 청양고추(1481원·37.77%↑), 청상추(2456원·36.98%↑), 적상추(2069원·20.71%↑) 등도 가격이 크게 뛰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출하량 감소로 인해 상추, 시금치, 깻잎 등 잎채소류의 시세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채소 가격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한 달 넘게 지속된 불볕더위 탓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밤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열대야 일수는 이날 기준 38일로 역대 가장 많았다. 곧 9월을 앞뒀음에도 찜통더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비용이 지난해 추석보다 10% 가까이 더 든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물가협회가 22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 전통시장에서 28개 차례 용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다. 협회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은 28만7100원으로 지난해 추석보다 2만3830원(9.1%) 높아졌다. 10년 전 추석 차례상 비용(19만8610원)과 비교하면 무려 44.6% 오른 수치다.

올해 조사 품목 28개 가운데 23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무(22.3%), 시금치(18.9%) 등 채소 외에도 도라지(52.6%), 고사리(27.5%) 등 임산물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곶감(25.9%), 대추(23.3%), 배(23.3%), 밤(22.2%) 등 과일과 견과류들도 1년 전보다 가격이 20% 이상 올랐다. 반면 내린 품목은 애호박 등 5개에 불과했다.

● 통계와 소비자 체감 장바구니 물가 차이 커

소비자들은 이처럼 고물가에 고통을 받고 있는데 통계상으로는 물가 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부문별 물가 상황 평가 및 머신러닝을 이용한 단기 물가 흐름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6%로 소폭 반등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달 2%대 초반, 다음 달 2.0% 내외로 점차 안정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품목별로는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장마와 불볕더위가 지나감에 따라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석유류 가격 상승률도 국제유가 하락 등을 반영해 둔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근원상품가격 상승률과 집세를 제외한 근원서비스물가 상승률은 각각 1%대 후반, 2%대 중반 수준을 보일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계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의 간극이 발생하는 이유로 오랜 기간 지속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년째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다 보니 물가 수준 자체가 높아졌고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점점 더 커지는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채소, 과일, 외식 등 사람들이 자주 마주하는 품목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특히 많이 오른 것도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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