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신 칼럼] 폭염 속 단상 ‘어쩌다 이 지경이’
#삼복과 처서가 지나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대야 최장 기록을 경신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덩달아 코로자 환자가 증가하는 기현상이 지속되며 한동안 폭염은 계속된다는 소식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면 두려운 세상이 된 듯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현 정부에서는 왠지 모르게 국가의 우선 순위 정책에서 환경 문제는 뒷전에 놓인 느낌으로 특히 기후위기와 대기환경에 대한 특별한 정책 제안이 없는 듯하다. 수년 전 떠들썩하던 미세먼지 문제는 온데간데없어진 느낌이고 온 세상이 폭염과 폭우의 배경으로 기후위기 문제로 떠들썩한데도 국민들에게는 특별히 와 닿는 해결책이 없어 아쉬운 느낌이다. 재난으로 분류된 폭염은 기후위기가 다가온다는 경고음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더 이상 안전하지도 평등하지도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의 흐름을 거역한 결말이기에 신음하는 지구를 지속가능한 상태로 후세에 물려줄 의무가 있다. 한여름 밤의 무더위가 계속될수록 변함없이 다가오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가을이 전해줄 고요하고도 서늘한 기운을 기대해본다.
#8월19일 2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시가 1천800억원 상당의 코카인을 밀반입해 판매하려 한 일당이 해양경찰에 붙잡혔다. 캐나다 국적의 A씨가 들여온 액체 형태의 코카인은 강원도의 한 공장에서 고체 형태로 가공돼 국내도 이제는 더 이상 코카인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하게 됐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마약류 사범은 72% 증가하고 특히 2023년 10대 청소년 마약류 사범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이후 마약 사범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은 사회적 파급력이 크고 모방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심각하다. 얼마 전 수도권 명문대생을 중심으로 마약 동아리를 조직해 마약을 유통, 투약한 사건은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마약은 개인의 삶을 망가뜨리는 동시에 사회를 병들게 한다. 특히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심신을 황폐화시키는 마약으로부터의 유혹에서 벗어나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단체가 마약 중독의 폐해에 대한 올바른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마약 퇴치의 중요한 책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녀라면 흘린 땀만큼 ‘훈련은 생명’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요즘 대한민국 군대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군대 도처에서 하극상(下剋上)이 자주 일어나고 상명하복(上命下服)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 저런 사람들로 구성된 군대가 과연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겠는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군 기강 문제는 차치하고 최근 군 정보기관의 기밀 유출과 수뇌부 충돌사태는 충격적이고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행태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김정은은 대남 정보활동과 공작사업을 전시 수준으로 강화하고 있는 위중한 시기에 발생한 군 기강 해이와 정보 유출 막장드라마는 국민들을 매우 불안하게 한다. 이 와중에 야당은 특검 추진을 수시로 강행, 표결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반복된 정치 작태를 보노라면 정치인들이 정말로 국가만을 생각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하는 자질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정부와 여야 국회의원들은 나라의 명운이 달린 이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모사드 정보요원들의 불굴의 애국심과 희생정신 위에 현재의 이스라엘이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거울 삼아 우리 군 정보기관이 환골탈태하는 계기를 기대한다.
우리 사회 곳곳이 어쩌다 이 지경으로 어둡게 됐는지 답답한 심정이다. 그러나 무여 스님이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자기를 개발해도 그 지혜는 반딧불 정도이나 수행으로 마음을 닦으면 그 밝기는 태양과 같다’고 한 것처럼 폭염 속 마음을 닦아 새 희망의 빛으로 어둠을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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