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는 ‘작은 이란’… “이스라엘-이란 화해없인 휴전 불가”
헤즈볼라-이스라엘 충돌 왜
이란 “이스라엘에 대응” 서방 통화뒤… 이-헤즈볼라, 전면전 방불 무력 충돌
이란, 혁명뒤 이 등 친미세력과 대립… 주변국 무장단체 지원 전략적 활용
《중동위기, 이-헤즈볼라 충돌 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5일(현지 시간) 대규모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은 전투기 100여 대를 동원해 헤즈볼라 거점 지역을 선제공격했고, 이에 맞서 헤즈볼라는 무인기(드론)와 로켓 320여 발을 발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에 벌어진 ‘34일 전쟁’ 뒤 가장 큰 규모의 충돌이었다고 분석했다. 비록 전면전으로 확대되진 않았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이란이 개입할 경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최근 가장 자주 발생하고 있는 분쟁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충돌이다. 그리고 둘 사이에 대규모 충돌이 있을 때 시선은 이란에 집중된다.
2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이 전투기 100여 대를 동원해 헤즈볼라의 주요 거점지를 선제공격했고, 헤즈볼라 역시 무인기(드론)와 로켓 320여 발로 반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교롭게도 이번 충돌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프랑스, 영국 등의 외교장관과 최근 전화 통화를 갖고 “이란은 이스라엘의 테러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는 이란 국영 IRNA통신 보도가 23일 나온 뒤 발생했다.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지난달 31일 자국에서 사망한 것에 대한 보복 의지를 강조해 왔다.
이란이 이번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에 개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헤즈볼라가 대규모 공격을 준비 중이라 선제공격을 감행했다는 이스라엘군의 발표를 토대로 “이란이 헤즈볼라를 이용해 이스라엘을 공격하려 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이란과 헤즈볼라의 특수한 관계에 관심이 모아진다.
● 이란과 헤즈볼라는 사실상 ‘일심동체’
아랍어로 ‘신의 정당’이란 뜻을 지닌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당시 무장투쟁을 지향하며 설립됐다. 헤즈볼라는 이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종파(이슬람 시아파)와 이념(반미, 반이스라엘)이 같고, 헤즈볼라가 설립될 때 이란이 다양한 군사, 재정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헤즈볼라 고위 지도자들도 이란의 최고지도자(시아파 성직자)에게 충성을 맹세해 왔다. 레바논, 나아가 중동에서 헤즈볼라는 ‘작은 이란’, ‘이란의 대리인’으로 통한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헤즈볼라의 정규군은 2만∼2만5000명 정도이며, 수만 명이 예비군 형태로 동원될 수 있다. 20만 기 이상의 로켓포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일부 미사일은 정밀 유도 기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최정예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와 이라크와 시리아 내전에도 참여해 전투 경험도 풍부하다. 비국가 군사조직 중 가장 무장 수준이 높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같은 헤즈볼라를 이용해 이란은 본국에서 2000km 정도 떨어져 있는 ‘주적’ 이스라엘을 꾸준히 압박해 왔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헤즈볼라와 이란은 일심동체 관계”라며 “이란이 이스라엘과 화해를 안 한다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화해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이란, 무장단체를 주요 안보 전략으로 활용
이란이 종파가 다른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유는 하마스가 헤즈볼라 못지않게 이스라엘을 괴롭히기에 적합한 무장단체이기 때문이다. 비록 하마스가 수니파이지만 이스라엘 공격에는 유용한 만큼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가자전쟁’ 발발 뒤 이스라엘이 “실질적인 배후는 이란이다”라고 주장했던 이유다.
1978년 이슬람 혁명으로 왕정을 무너뜨리고 신정공화정 체제를 이룬 이란은 반미, 반왕정, 반유대주의 등을 주요 국가 이념으로 내세웠다. 당연히 서방, 친미국가이며 유대교인이 다수인 이스라엘, 수니파 왕정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대립을 피하기 어려웠다.
안보적으로 고립돼 있는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처럼 정세가 불안정하며 동시에 시아파 인구가 많은 주변 나라의 무장단체를 활용하는 전략을 취해 왔던 것이다. 쉽게 말해 친이란 성향 무장단체를 이용해 필요시 군사작전을 펼쳐 온 것이다. 중동 국가들 중 많은 수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과 장거리미사일 못지않게 무장단체 지원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사우디와 이스라엘, 친이란 무장단체 위협 막기 위해 가까워져
아랍계인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는 지역에 나라를 세워 수십 년간 아랍권과 적대 관계였던 이스라엘이 최근 사우디, UAE 등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는 ‘이란 견제’가 꼽힌다. 아랍권과 이스라엘 모두 이란을 큰 안보위협으로 여긴다. 그리고 이란 견제 과정에서 핵심 사항으로 여겨지는 것 중 하나는 이란의 무장단체 활용 전략을 억제하는 것이다.
사우디와 UAE, 이스라엘은 이란과 역시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에도 이란의 무장단체 활용 전략을 억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내년에 미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중동 정책도 일정 부분 새로 짜일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사우디, UAE, 이스라엘 등이 가장 관심을 가질 사안 중 하나는 ‘이란의 무장단체 활용 전략 억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세형 국제부장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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