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엔 권선징악도 완벽한 善도 존재하지 않는다
흉악 범죄 소재를 전형적이지 않게 다룬 드라마 두 편이 주목받고 있다.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와 지난주 완결한 디즈니+, U+모바일tv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이다. 두 드라마 모두 범죄를 해결하거나 범인을 벌하는 권선징악의 쾌감은 없다. 대신 분통이 터지고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범죄의 명시적인 피해자와 달리 존재조차 잊힌 이면의 ‘피해자’를 조명한다.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에서 부각되는 건 흉악범보다도 악랄한 선과 악이 온통 뒤범벅인 인간상이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6위(25일 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올랐다.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은 디즈니+ 한국·홍콩·대만 등에서 1~2위를 기록했다.
◇무방비로 내 것을 침해받는 공포
배우 김윤석·고민시·윤계상 등이 출연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범죄자가 걸어간 길 위에 내 터전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삶이 파괴될 수 있다는 섬찟함을 보여주는 심리 스릴러다. 영어 제목은 ‘The Frog(개구리)’.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다. 외진 숲속의 모텔 주인 상준(윤계상)이 개구리가 된다. 연쇄 살인마가 우연히 범죄 장소로 상준의 모텔을 택하고, 범죄 장소로 낙인찍힌 모텔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그의 가족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주변에서 오는 것은 멸시뿐,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다. 이 범죄 피해의 사각지대를 드라마는 조명한다.
수십 년 뒤, 숲속에서 펜션을 홀로 운영하는 영하(김윤석)가 또 다른 개구리 후보가 된다. 기묘한 여성 손님 성아(고민시)와 아이가 펜션을 찾는다. 손님이 떠난 뒤 성아가 펜션에서 아이를 살해했다는 증거가 나온다. 신고할 수 있을까. 영하는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 본능적으로 사건을 은폐하지만, 성아가 다시 펜션으로 돌아오며 일생일대의 전투를 치른다. 드라마는 모텔 이야기와 펜션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주며 개구리의 처지를 파고든다.
◇절대 선이 없는 세계의 불안함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은 성범죄자 조두순을 연상시키는 범죄자(유재명)가 출소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흉악범 외 주요 인물 모습이 전부 혐오감을 준다. 주인공인 형사(조진웅)마저도 완벽하게 선하지 않다. 시청 내내 마음 둘 곳 없는 찜찜함이 이어진다. 흉악범을 죽이면 200억원을 준다는 의문의 남성이 나타나고, 동네에선 범죄자를 쫓아내려는 시위가 벌어지며 혼란이 가중된다.
일차적으로 가증스러운 흉악범 모습이 분노를 부르지만, 경찰·변호사·정치인 등 이중성을 가진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범죄 현장에서 돈을 빼돌리고도 흉악범의 도덕성을 타박하는 주인공 형사, 이권을 챙기기 위해 흉악범 변호를 맡아 인권에 대한 법 조항을 외치는 변호사(김무열), 200억원을 갖기 위해 죄 없는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평범한 시민들까지. 사람들이 가진 끔찍한 이중성과 선과 악의 경계가 종이 한 장처럼 얄팍하다는 그림을 전달한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 궁금증을 이어가는 서스펜스가 살아있는 반면,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은 허구 상황을 실제처럼 보이게 가공한 ‘페이크 다큐’처럼 다소 무뚝뚝한 연출을 보여준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인기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를 만든 모완일 감독의 작품으로, ‘부부의 세계’만큼 인물들의 감정이 흥미롭게 그려진 스릴러가 됐다. 평범한 우리 모두의 얼굴을 연기한 김윤석과, 서늘하고 살벌한 고민시 활약이 돋보인다.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은 조금은 과한 인물 설정, 분노 유발 전개로 더운 여름에 혈압을 올리는 작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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