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무를 잘 가꾸자”… 1953년 ‘애림보국 달력’
‘1.어린 나무(치수)를 잘 가꾸자. 2.부정 임산물을 단속하자. 3.개량 분구(焚口·아궁이)를 보급하자. 4.애림 계몽에 힘쓰자. 5.전취 송지(松枝) 사용을 금지하자. 6.담솔 울타리를 폐지하자.’
1953년 경상북도에서 발행한 ‘애림보국(愛林報國)’ 달력의 맨 앞장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산림계 연중 실천 사항’이다. 지금 기준으로는 무척 질이 낮아 보이는 종이 위에 ‘산림정책 삼대 지침’ ‘애림가’ ‘식목가’를 함께 적었고, 매월 달력과 함께 그 달에 산림녹화를 위해 실천해야 할 사항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4월에는 ‘식목 행사와 산불 예방을 한다’, 8월에는 ‘송충이를 철저히 구제(驅除·해충 등을 몰아내 없앰)하고, 퇴비 증산 강조 주간을 실시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것은 대구 북구에 사는 독자 이강은(40)씨가 간직하고 있는 조부의 유품이다. 가로 27㎝, 세로 19㎝ 크기의 이 달력이 1953년 것임을 알고 이씨는 놀랐다고 한다. “그때는 6·25 전쟁이 한창이었을 때잖아요. 우리나라의 산림녹화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처절한 전쟁 기간에도 계속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증명해 주는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달력 표지에 적힌 ‘애림가’의 가사는 이렇다. ‘북으로 백두 남으로 한나(한라)/ 우리의 강산은 모도(모두)가 산일세/ 울창한 나무는 나라의 보배니/ 우리의 손으로 심으고 심으세.’
최정호 전 연세대 교수는 제1공화국 당시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이승만 대통령이 광주로 내려가는 헬기에 같이 탄 적이 있었는데, 대통령이 좌우 사람들에게 “저길 내려다보라! 산에 나무가 하나도 없지 않느냐”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최 교수는 “한국이 산림녹화에 성공한 것은 박정희 정부 때였지만, 그 노력은 이미 이승만 정부 때부터 시작했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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