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제재 두려운 中… ‘K반도체’ 41조원어치 사들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중국 매출액이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동안 미·중 갈등과 반도체 불황이 겹쳐 중국 매출이 줄었지만,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더 강화되기 전 중국이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해 메모리 반도체를 사재기하고, 중국 내 스마트폰 수요가 살아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엔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이 높아지자 중국 기업들이 AI 분야 필수 메모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까지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리서치 업체 트렌드포스는 “추가 수출 제한에 대한 두려움으로 AI용 칩과 메모리 재고 비축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했다.
◇삼성·하이닉스, 중국 매출 상승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반기 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지역별 매출 현황 가운데 중국 매출은 32조345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7조8080억원)의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이 매출은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등 다른 제품도 포함됐지만, 중국 시장은 유럽·미국 등과 달리 매출의 90% 이상이 반도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중국의 비율도 21.74%에서 30.81%로 크게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8조6061억원의 매출을 중국에서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조8821억원과 비교하면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를 대거 사들인 것이 영향을 줬다. 또 대표적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의 가격이 오른 것도 실적 향상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미국의 첨단 반도체 및 기술 제재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 기업들이 재고를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24일 “중국 업체들은 새로운 규제가 발표되기 전 특정 제품을 비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또 화웨이·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의 HBM을 비축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최근 보도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으로 들어가는 HBM은 이전 세대 제품인 HBM2E이며, 수량도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도 중국 매출 좋을 듯
하반기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은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미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대중 수출에 대해선 별다른 제재를 가하고 있지 않다. 두 기업의 중국 내 생산 기지도 제재와 상관없이 정상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시안에 낸드 공장, 쑤저우에 패키징 공장을 두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패키징 공장, 다롄에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두 회사는 중국 내 자사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별도 허가 없이 들여올 수 있도록 미국 정부에서 허가를 받았다. 다만 미국 반발을 우려해 노후 반도체 장비를 중국 내 기업에 판매하지 않고,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스마트폰 내수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첨단 반도체 굴기를 가속하면서 중국 내 메모리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에 중국계 반도체 유통 기업인 홍콩 테크트로닉스와 대만 반도체 유통 업체 수프림일렉트로닉스가 추가됐다. 중국 기업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나면서 중국에 반도체를 납품하는 업체 매출 비율이 커진 것이다.
다만 중국의 AI 굴기를 우려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변수로 남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7월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중국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 조치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을 개발하고 설계하는 데 미국의 설계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활용하는데, 이 점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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