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니 콩쿠르 우승자도 이 곡을 200번 연주했다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2024. 8. 2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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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박재홍의 솔로 음반 스크랴빈 ‘24개의 전주곡’ 중 1번
피아니스트 박재홍

키부터 손가락 길이까지 신체적으로 타고난 피아니스트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2021년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박재홍(25)이 그렇다. 신장은 1m87. 손가락도 피아노 건반 도(C) 음부터 다음 옥타브 솔(G)까지 훌쩍 닿는다. 그는 지난 13일 음반 발매 간담회에서 “손 크고 덩치 크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런 박재홍도 3시간 넘게 한자리에서 200번 가까이 반복 연주한 곡이 있다. 최근 발매한 솔로 음반(데카 코리아)의 첫 곡으로 담긴 러시아 작곡가 스크랴빈(1872~1915)의 ‘24개의 전주곡’ 가운데 1번이다. 이 곡 길이는 불과 1분 남짓. 하지만 그는 “전주곡 전체를 시작하는 곡인데 연주할 적마다 매번 해석이 조금씩 달라졌다.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 곡만 계속 쳤더니 훌쩍 3시간이 넘어갔다”고 했다. 덩치는 천하장사나 거포 같지만, 정작 속 깊고 고민 많은 성격이 이 짧은 답변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타고난 체격 조건으로 거침없이 모든 곡에 도전할 것 같지만 실은 정반대다. 그는 “악보를 공부하면서 충분히 공감하고 스스로 준비됐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무대에서 연주하지 않는 곡이 많다”고 했다. 리스트의 ‘순례의 해’ 전곡, 쇼팽 발라드 전곡 등이 대표적이다. 요즘 말로는 ‘자체 봉인’한 셈이다. 레퍼토리 확장에 신중한 이유는 뭘까. 그는 “곡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타고난 체격과 신중한 성격의 이 양면적 피아니스트가 즐겨 치는 곡들이 있다. 이번 음반에 수록된 스크랴빈의 전주곡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1번 같은 러시아 작품이다. 러시아 특유의 낭만성을 기대하게 마련이지만 그는 “마라톤을 뛰다가 주변 풍경이나 꽃향기에 취하면 자칫 페이스를 잃을 수 있는 것처럼 자기 연주에 스스로 취하면 안 된다”고 했다. 올가을에는 독일 베를린의 바렌보임 사이드 아카데미로 유학을 가서 명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를 사사할 예정이다. “시프 선생님과 독일 음악을 맘껏 공부하기 전에 러시아 음악과 마지막으로 만나는 일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박재홍의 독일 유학 직전 마지막 독주 무대는 9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6일 울주 문화예술회관, 21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26일 경남 문화예술회관으로 이어진다. 서울 독주회 2만~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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