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교류 넘어 산업까지…”교사들, 한일 관계 씨앗 잘 키워주길”

서유근 기자 2024. 8. 2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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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미래파트너십재단 日 고교 교사 50명 韓 초청

26일 서울 마곡동 LG 사이언스파크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LG전자·화학·디스플레이 등 LG 그룹 연구 인력들이 모여 있는 고요한 R&D 단지에 일본의 고등학교 교사 50명이 단체 방문한 것이다. 이들이 초대된 곳은 LG 이노베이션 갤러리로, 일반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장소다. 이들은 아직 시중에 출시되지 않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TV, 자율주행을 대비한 대형 차량용 디스플레이, 맥주를 만드는 가전제품 등을 보며 연신 감탄했다. 도쿄에서 온 이마이 다이치 교사는 “한국 기업은 삼성 정도만 알았고, LG가 한국 기업인지는 몰랐다”며 “LG가 이렇게 많은 첨단 제품을 만드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한일미래파트너십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 고등학교 교사 50명이 지난 25일 김치 담그기 행사에서 직접 담근 김치를 들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 이들은 지난 24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한국 전통문화 체험과 국내 학교 방문은 물론이고 한국 산업 현장을 탐방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이날 LG를 찾은 일본 교사 50명은 한일미래파트너십재단이 ‘한일 교사 교류’를 위해 일본 전역 고등학교에서 지원을 받아 선발·초청한 교사들이다. 국어·역사·지리·수학·영어·체육 등 과목도 다양하고 20~50대로 연령대도 다양한 이들은 “미래엔 양국 관계가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며 지원서를 썼다고 한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한국에 처음 와봤다”고 했다.

한일 관계는 최근 들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청소년들이 미래에 바람직한 한일 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이번 행사가 기획됐다. 특히 그동안 경제·산업에 대한 이해와 교류가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행사를 구성했다. 앞서 지난 1월 한국 교사 50명이 일본을 먼저 방문했고, 이번엔 이들이 답방했다.

류진 한일미래파트너십재단 이사장(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26일 환영식에서 “양국 선생님들께서 한일 관계의 좋은 씨앗을 뿌리고 정성을 다해 키워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교사들의 교류는 그런 씨앗을 뿌리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일본 교사들은 말했다.

지난 24일 한국에 도착한 일본 교사들은 29일까지 5박6일 일정으로 국내 산업 현장을 탐방하고, 김치 담그기, 태권도 공연 관람 등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교사들은 전날 방문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선 ‘한국의 친환경 차량 개발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한국 자율주행차는 언제쯤 실현 가능한 것인가’ 등 질문을 연이어 쏟아냈다. 일본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도요타가 있지만, 교사들은 현대차의 친환경 수소차 넥쏘가 배기가스 없이 물만 배출하는 원리를 듣고 감탄했고, 다양한 차량의 충돌 시험 영상을 보고 “현대차가 안전을 이렇게 철저하게 신경 쓰는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체험용으로 전시된 도심 항공 모빌리티 기체에 올라타 보고 신기해하기도 했다. 이날 한 교사는 “그동안 한국의 문화, 정치, 역사 정도만 대략 접했었는데, 산업 분야에서 현대차가 2030년 미래차를 완성한다는 얘기에 놀랐다”고 말했다. 또 수학 교사 이토 류씨는 “일본 차는 아직 내연차 중심인데, 한국은 친환경 미래차를 목적으로 개발 중인 것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28일엔 판교 테크노밸리 창업촌을 찾아 일본보다 활발한 한국의 스타트업 문화를 살펴보고, 일본의 창업 특구인 쓰쿠바와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지리·세계사 교사 이마이 다이치씨는 “일본 학생들은 한국에 흥미가 높지만, 대부분 K팝이나 드라마 같은 문화에 한정돼 있고 산업이나 경제에 대해선 잘 모른다”며 “이번에 경험한 현대차나 LG 같은 한국 기업과 그 기술력을 일본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 밖에 일본 교사들은 자사고인 서울 하나고와 공립인 용인 삼계고를 직접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한국 교사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 일본 교사들이 한국 학생들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묻고, 일본 학생들에게 한국 청소년들의 생각을 전달할 예정이다. 도쿄 지센조시학원의 와타나베 다이스케씨는 “양국의 사고방식, 가치관이 잘 맞는 부분이 있고 협력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진행한 한일미래파트너십재단은 지난해 한경협과 일본 게이단렌이 양국 젊은 인재 교류 촉진과 산업 협력 강화를 위해 공동 설립했다. 양 단체가 자체 자금으로 2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을 추가로 동참시키는 구조다.

지난 1월 일본을 먼저 방문한 한국 교사 50명은 4박5일간 파나소닉, 미즈호파이낸셜그룹, 히타치 등 일본 기업 현장을 방문하고, 도쿄 소재 한 도립 고등학교 수업을 참관했다. 일본 경제와 한일 관계에 대한 강의를 듣고, 경험한 내용을 수업시간에 소개하고 있다. 재단은 이 교류 행사를 해마다 열 계획이다. 학교·교원 간 교류뿐 아니라 장학 사업, 기업 인턴십 같은 민간 교류와 산업 협력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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