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반란 不發

이홍렬 기자 2024. 8. 2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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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24강전 제4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이창석 九단 / 黑 구쯔하오 九단

<제12보>(135~150)=바둑 게임 규칙 가운데 가장 경이로운 존재는 패(覇)다. 동형(同型) 무한 반복이란 난관 앞에서 굴하지 않고 슬기로운 방법으로 해결했다. 최대 난제를 최고의 게임 요소로 승화시킨 것이다. 패는 바둑의 깊이를 확장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바둑에 패가 없었다면 무미건조하고 지리한 1차원 ‘땅따먹기 놀이’에 머물렀을 것이다.

패의 특질은 변환성(變幻性)이다. 패배 직전에 몰린 쪽이 패를 통해 판을 어지럽힌 뒤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패를 ‘요술쟁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막판 패가 났다고 무조건 형세를 뒤엎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 바둑은 어떨까. 상변 패싸움 과정에서 흑이 ▲로 따내자 백이 △로 팻감을 쓴 장면이다.

결과부터 말해 패를 통한 흑의 반란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바둑도 끝났다. 우상귀 흑말이 인질로 잡혀 백의 팻감을 당하지 못한 것. 백이 149를 외면하고 ▲로 이어 연결해 가자 구쯔하오가 돌을 거뒀다. 149로 참고도 백 4의 팻감을 불청, 상변 패를 해소하고 수상전을 꾀하는 것은 14 이후 A, B를 맞봐 흑의 수가 모자란다. 허망한 종국이었다. (139 145 150…▲, 142 148…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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