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텔레그램 창업자 체포, 우리도 SNS의 ‘범죄 방치’ 책임 물어야

조선일보 2024. 8. 2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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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지난 26일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를 '텔레그램이 사기, 마약 밀매, 유해 콘텐츠 유포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혐의'로 체포했다. /인스타그램

프랑스 정부가 소셜미디어(SNS)를 운영하면서 각종 범죄 행위와 유해 콘텐츠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텔레그램 창업자를 지난 26일 체포했다.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을 통해 사기, 마약 밀매, 사이버 괴롭힘, 조직범죄, 테러 조장 등 각종 범죄 행위가 이뤄지고, 유해 콘텐츠가 전파되고 있는 데도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범죄 방조자’ 혐의로 체포된 것이다. 텔레그램은 암호화된 비밀 채팅 기능으로 보안성이 뛰어나 전 세계 사용자가 9억명에 이른다. 텔레그램은 한때 독재 국가에서 시민들의 비밀 소통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최근엔 가짜 뉴스와 불법 콘텐츠 확산의 주요 경로로 쓰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텔레그램 창업자의 체포는 소셜미디어가 표현의 자유 도구인지, 가짜 뉴스 산실인지 해묵은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고 있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포털을 통한 가짜 뉴스, 허위 정보 유포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보고, 강력한 규제 장치를 마련해 왔다. 텔레그램 창업자의 체포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부터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디지털 플랫폼에 불법 유해 콘텐츠를 삭제하는 의무를 지우는 ‘디지털 서비스법(DSA)’을 시행했다. 법을 어기면 매출액의 6%까지 벌금을 부과하고, 위반이 심각하면 유럽 시장에서 퇴출시킨다. 독일에선 디지털 플랫폼에 유해 콘텐츠가 올라올 경우 24시간 내 삭제토록 한 ‘네트위크 집행법’을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각종 포털을 통해 온갖 가짜 뉴스와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사례는 헤아리기도 힘들다. 2017년 대선에선 ‘드루킹 일당’이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와 댓글을 조작했다. 사드 전자파와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2022년 대선 당시 김만배의 대장동 허위 인터뷰 등도 모두 인터넷 포털이 주요 무대였다. 최근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온갖 가짜 영상이 유포되면서 인권침해, 명예훼손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들은 가짜 뉴스, 허위 정보, 불법 콘텐츠 유통의 핵심 역할을 하면서도 언론 기관이 아니라면서 모든 책임을 회피해 왔다.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두고 여야 간 정쟁만 했다. 우리도 유럽처럼 가짜 뉴스, 불법 콘텐츠 제작자와 유포자는 물론 인터넷 플랫폼에도 관리 책임을 엄중히 묻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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