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송 정쟁 싸움터 된 국회 과방위, 과학기술 분리해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과학기술부 장관, 원자력안전위원장, 우주항공청장 등 기관장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았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과방위에서는 MBC와 방통위원장 문제로 여야가 대립하는 바람에 3개월 만에 처음으로 관련 부처의 업무 보고를 받은 것이다. 과방위는 그동안 총 18번 전체회의를 했지만 여야 합의로 법안을 처리한 사례가 없고, 관련 법안소위도 열리지 못했다. 눈만 뜨면 MBC로 싸우고, 해가 지면 방통위원장 문제로 다퉜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인사 청문회와 방송 관련 청문회만 각각 3번씩 열렸고 그때마다 고성과 파행이 반복됐다. 반면 인공지능(AI) 기본법, 소프트웨어진흥법, 과학기술기본법, 이공계 지원 특별법 등 과학기술계에서 시간이 없다고 처리를 호소했던 법안들은 마냥 뒷전으로 밀렸다.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는 모두 61개의 법안들이 올라왔다. 처리해야 할 법안들을 제때 다루지 않으니 밀려 있던 법안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다. 밀린 숙제와 벼락치기를 위해 열린 이날 회의에서도 방통위 회의 개최 요건을 2명에서 4명으로 변경하는 방통위설치법 개정안 문제로 여야가 또 싸웠다.
과방위의 전체 소관 기관은 81개로 이 중 방송통신 관련 기관은 8개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8개 때문에 국민들이 미래 먹고사는 문제와 국가 경쟁력이 걸린 과학기술 관련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특히 AI기본법은 지난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이지만 이번 국회에서도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 과방위의 여야 구성을 봐도 앞으로 과학기술이 찬밥 신세가 되는 현재 상황에서 변화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원장부터 위원 대부분이 방송 또는 언론노조 경력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과학적 식견을 갖춘 의원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정쟁에 동원될 뿐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과방위 주력이 과학기술이 아니라 정쟁의 무대인 방송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계가 먼저 국회 과방위에서 과학기술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고, 최근 국민의힘이 이런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과학기술 단체들은 “정치적 문제로 인해 국회에서 과학기술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은 예산과 법률적 지원의 적기를 한번 놓치면 국제 경쟁에서 바로 낙오된다. 정치가 개입할 이유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하루빨리 과방위에서 과학기술을 분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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