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63] 또 9년 연기된 국제핵융합실험로
지난 7월, 한국을 포함해서 35국이 협력·제작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완공 기한을 9년 연기했다. 2025년 완공을 앞두고 10년 가까이 기한이 늘어난 것이며, 29조원이라는 총예산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가늠조차 힘들다. 이번 연기의 이유가 한국이 제공한 부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발표가 있었고, 한국의 핵융합 전문가들이 이를 즉각 반박했다. 부품이 문제가 아니라 원래 설계가 문제였다는 것이 우리 측 주장이었다. 설계에 진짜 문제가 있었다면 우리는 체면을 잃지 않아 좋겠지만, ITER의 장래는 더 어두워질 것이다.
ITER의 아이디어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실제로 프로젝트가 본격화된 것은 2006년이다. 이때 총예산이 8조3천억, 완공이 2016년이었다. 2016년에는 실험적인 핵융합로가 가동되어야 했지만, 완공이 2025년으로 늘어났다. 이번 7월에 다시 완공이 연기되었지만, 이미 2023년에 완공이 수년은 더 지연될 것 같으며, 해결해야 할 정말 어려운 기술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지금은 2034년이 아니라, 2040년에 핵융합로가 가동될지도 불확실하다.
핵융합로는 지상에 작은 ‘인공 태양’을 만드는 것이다. 수소 온도를 1억도까지 올려서 플라스마 상태로 만든 뒤에 핵융합을 얻어내는데, 이 플라스마를 가두기 위해서 강력한 진공 자기장 챔버가 필요하다. 넘어야 할 난제가 산 넘어 산이지만, 만약에 실현된다면 인류의 에너지 걱정과 지구온난화의 재앙을 한 번에 걷어 가버릴 꿈의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17세기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은 신이 존재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은 신을 믿고 매일 기도한다고 했다. 그 이유가 재미있는데,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생에서 약간의 시간을 허비한 셈이겠지만, 신이 존재한다면 자신이 들인 노력에 비해 받는 혜택(천당)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ITER이 실패하면 우리나라는 불과(?) 1조 정도를 날리겠지만, 만약 성공하면 그 혜택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인공 태양이라는 꿈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이유가 파스칼이 기도할 때 가졌던 심정과 비슷하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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