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속 출항’ 홍명보 호, 핵심 키워드와 해결 과제는?

이무형 2024. 8. 2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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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다음 달 초부터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에 나설 명단을 오늘 발표했습니다.

진통 끝에 발표된 '1기 홍명보호' 명단에 대한 이야기 스포츠취재부 이무형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실패 이후 10년 만에 홍명보 감독이 꾸린 축구 국가대표팀입니다.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기자]

가장 큰 키워드는 '안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팀의 축을 이루는 '기둥 같은' 선수들을 이변 없이 선발했습니다.

'부동의 주장' 손흥민을 중심으로, 최근 소속팀과 대표팀 모두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이강인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홍명보 감독의 지도를 직접 받은 선수들이 대거 선발됐다는 점인데요.

백전노장 수비수 김영권과, 베테랑 미드필더 정우영, 공격수 주민규 등 전 소속팀 울산과 과거 연령별 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선수 10명이 뽑혔습니다.

지휘봉을 잡은지 이제 약 두 달, 코치진을 꾸린지는 채 몇 주도 안 된 상황에서 아주 놀랄만한 변화를 주는 것보다는 기존 대표팀 분위기를 잘 알고, 또 홍명보 감독이 잘 아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대표팀 명단 구성 배경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홍명보/축구대표팀 감독 : "우리 대표팀이 해왔던 안정적인 팀 운영과 또 약간의 변화가 이번 선수 선발에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둔 사항입니다."]

[앵커]

방금 홍명보 감독의 설명에서 '안정'이란 말과 함께, '변화'라는 단어도 들렸습니다.

어떤 변화를 추구했습니까?

[기자]

이번 대표팀 명단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괜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유는 말씀해주신대로 안정 속, 나름의 신선한 선수 선발로 변화도 추구했기 때문인데요.

단연 가장 눈길을 끄는 '뉴 페이스'는 '제2의 손흥민'이라 불리는 K리그 강원의 양민혁 선수입니다.

양민혁은 강릉제일고 3학년에 재학 중인 현역 고등학생입니다.

2006년생으로 나이가 18살에 불과한데요.

올 시즌 8골과 5개의 도움을 기록하면서 소속팀 강원의 선두 돌풍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망한 선수를 유럽 스카우트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았겠죠.

여러 유럽 팀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는데, 결국 내년 1월, '주장' 손흥민의 팀 토트넘으로 이적이 확정됐습니다.

윙 포워드라는 포지션, 18살이라는 국가대표 데뷔 나이, 여기에 토트넘 유니폼까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손흥민의 뒤를 이을 황태자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대표팀의 약점으로 지적된 곳에 새 얼굴을 추가했는데요.

덴마크에서 활약 중인 2002년생 장신 중앙수비수 이한범을 미래 대비 차원에서 데려왔고요.

수 년째, 세대교체에 실패한 양 쪽 측면 수비수 자리에는 홍 감독이 울산 시절부터 눈여겨봤던 강원의 황문기, 인천 최우진 등 젊고 공격적인 선수들을 보강해 새로운 자극을 시도했습니다.

첫 성인 태극마크를 달게 된 양민혁, 황문기 선수의 소감 들어보시죠.

[양민혁/강원/국가대표 첫 발탁 :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해서 또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황문기/강원/국가대표 첫 발탁 : "너무 감사드린다고 전해드리고 싶고 뛰든 안 뛰든 최선을 다해서 즐기고 오겠습니다."]

[앵커]

일단 재출항을 하긴 했습니다만,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를 향한 여론은 여전히 좋지 못한 상황이죠?

[기자]

네, 아무래도 클린스만 감독 사퇴 이후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들이 워낙 파장이 컸고, 현재까지도 비판 여론은 식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홍 감독의 신뢰성을 따져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이번에 선발된 선수들한테 감독님이 신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제가 선수들한테 신뢰를 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저 역시 확신은 못 하겠지만, 신뢰를 줄 수 있는 감독이 되는 게 중요하겠죠."]

보신 것처럼 홍명보 감독 본인도 아직 국가대표 감독직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가 가장 크게 비판받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우선, 감독 선임 권한을 위임받은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심층 면접이나 프레젠테이션과 같은 별도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사실상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라는 문제 제기가 박주호 전 전강위 위원, 또 박지성 이영표 같은 축구계 인사들의 입을 통해 더 확대됐죠.

또 시즌 초만 하더라도 자신은 K리그 울산의 감독이라고 밝혔던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 자리가 주는 명예와 고액 연봉 때문에 말을 바꿨다는 배신감이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팽배합니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A매치 홈 경기 관람 보이콧'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다음 달 2일에 소집해, 5일 서울에서 팔레스타인 전을 앞둔 홍명보호가 팬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어떻게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전술만큼이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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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형 기자 (nobrot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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