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의 무비홀릭]‘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세상 모든 건 변해요. 변한다는 말 빼고 변하지 않는 건 없어요. 그래서 세상엔 없는 영원한 사랑을 우린 더욱 갈망하고, 그 과정에서 예술과 철학이 탄생하지요. KBS 주말 드라마 소재로 ‘기억상실’이 토할 만큼 자주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기억이 소실되어 ‘겉’은 같지만 ‘속’은 다른 인간으로 변할지라도, 심장에 한번 각인된 사랑은 뇌를 뛰어넘어 영원히 지속된다는 헛소리를 하고픈 거죠.
아, 사랑의 완벽한 불완전함이여! 사랑의 숨 막히게 아름다운 불안함이여! 그래서 스웨덴 거장 잉마르 베리만의 위대한 영화 ‘제7의 봉인’(1957년)에도 이런 대사가 등장하나 보아요. “세상은 불완전한 것, 불완전한 것, 불완전한 것들로 가득해. 이 불완전한 것들 중 완전한 것이 사랑일세.”
정말 그래요. 속죄와 구원, 순간과 영원이라는 베리만의 화두를 여전히 치열하게 탐구하는 박찬욱도 ‘헤어질 결심’(2022년)을 통해 비극성이야말로 사랑의 완성임을 말해주었어요. 남자 형사(박해일)를 사랑하는 여자 피의자(탕웨이), 그러나 의심과 관심 사이를 도돌이표처럼 오가다 종국엔 사랑을 포기해 버리는 남자가 이야기의 핵심이지요. 결국 여자는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결코 사랑할 수 없는(아니 사랑해선 안 되는) 남자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비극을 택해요. 밀물이 들어오는 해변 모래사장에 무덤 같은 구덩이를 판 여자는 그 안에 자신을 스스로 ‘봉인’해 버림으로써 사랑의 영원성을 기어이 획득하고 말지요. 불완전한 사랑을 완전하게 만드는 건 오직 죽음뿐이니까요.
아, 그래도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저는 믿고 싶어요. 그래야 살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마침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도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따져 묻는 유지태에게 이렇게 돌려주잖아요? “사랑은 변하지 않아. 단지 사람의 마음이 변할 뿐이지.” 맞아요. 사랑도, 법도, 원칙도, 상식도 변하지 않아요. 다만 사람의 마음이 변할 뿐.
이승재 영화평론가·동아이지에듀 상무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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