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경제]계절이 바뀌듯… ‘경기’도 상승-하강 반복하며 순환해요
경제성장률 같아도 다르게 인식
평균값으로 돌아가는 ‘회귀 현상’
대규모 호황 이후엔 침체도 커져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이 있듯이 경제에도 회복기, 확장기, 후퇴기, 수축기라고 불리는 네 국면이 있습니다. 이를 ‘경기’라고 부릅니다. 겨울이 끝나면 봄이 다시 찾아오듯 수축기 다음 회복기가 찾아옵니다. 사계절이 돌아가며 바뀌는 것처럼 경기도 돌고 도는데 이를 ‘경기 순환’이라고 합니다.
● 사계절 바뀌듯 경기도 순환
기온, 강수량, 습도, 풍향 등이 바뀌는 걸 보면서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알아챕니다. 마찬가지로 생산, 고용, 소득, 물가 등이 바뀌면 경기의 변화를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이제 지역을 바꿔 볼까요. 우리나라보다 추운 나라를 갑국이라고 하겠습니다. 갑국은 5도를 기준으로 연간 ±25도의 진폭으로 변합니다. 반대로 더운 나라를 을국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을국은 영상 15도를 기준으로 ±10도의 진폭을 오갑니다.
여러분은 어느 나라가 살기 좋아 보이나요. 갑국은 여름에는 30도 안팎까지 올라가고 겨울에는 영하 20도 안팎까지 내려가는데, 을국은 여름에는 25도 안팎이고 겨울에는 영상 5도 안팎입니다. 물론 개인의 취향일 수 있겠지만 저는 을국이 좋아 보입니다. 여름은 선선하고, 겨울은 포근하니까 말이죠.
경기 순환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사계절 온도 변화가 평균 기온을 중심으로 움직이듯 경기의 네 국면은 해당국 평균 경기 수준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갑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연 2% 정도라고 가정하면 경기는 경제성장률 연 2%를 중심으로 오르거나 내리는 진자 운동을 할 겁니다. 반면 을국의 평균 경제 성장률이 연 7%라면 이를 중심으로 오르락내리락하겠죠.
● 큰 경기 호황 후에는 큰 경기 침체
얼마 전 파리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1984년 이후 역대 최소 규모 선수단으로 역대 최다 메달 기록과 타이를 이뤘습니다. 효율성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죠. 그중에서도 양궁은 전 종목 금메달 획득, 여자 단체전 10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웠죠.
물론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보다 어렵다고 할 정도이니 한국 대표팀 양궁 실력으로 전 종목 우승하는 게 아주 이례적인 일은 아닙니다. 다만 중간에 역전을 허용하기도 하고 동점이 계속 이어져 승부치기 같은 슛오프까지 가서 이기는 등 행운도 따랐습니다. 그런데 되짚어보면 아쉽게 패배한 상대팀 선수들의 특징 중 하나는 10점을 연속으로 적중시키다 갑자기 7점을 쏘는 등 실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기온 변화나 경기 순환이 평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이나 사회 현상에는 시간이 지나거나 측정이 반복되며 극단적 값이 평균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회귀 현상’ 또는 ‘회귀 효과’라고 합니다.
이 현상은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의 사촌 프랜시스 골턴(1822∼1911)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신장(키)을 조사했는데 장신 부모에게서 장신 자녀가 나오는 것이 상식일 텐데 장신 부모를 둔 자녀의 신장은 부모만큼 크진 않다는 조사 결과를 얻은 겁니다. 즉, 아이의 신장은 부모의 신장이 아니라 전체 평균 신장 값으로 되돌아가려는 회귀 경향이 있다는 걸 발견합니다.
이 원리는 통계를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으로 발전했습니다. 한국 양궁 대표 선수의 평균값은 9.6점이고, 다른 올림픽 출전 선수의 평균값은 9.3점이라고 합니다. 상대 팀이 3연속 10점을 맞혔다면 그 다음 화살은 평균값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한국 팀이 평균값과 유사한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면 회귀 효과에 따라 큰 실수가 발생할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다시 경기 순환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경기 호황이나 침체는 어느 하나만 계속 이어지지 않습니다.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기 때문입니다. 우연에 따른 3연속 10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편차가 적은 평균 실력이 우승의 비결인 것처럼 경기 순환에서도 중요한 건 행운 같이 찾아온 큰 호황이 아니라 경제가 일정 수준 진폭으로 안정되는 겁니다. 날씨로는 을국이 좋아 보였던 것처럼, 경제에서는 갑국이 좋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만일 유례없는 대규모 경기 호황이 긴 기간 지속되었다면 뒤에 오는 경기 침체도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라는 비유적 표현처럼 말입니다.
이철욱 광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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