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알권리 빙자한 악성 정보공개 청구, 권리남용에 제한을 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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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인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일부개정안이 입법예고 중이다.
국민의 알권리는 헌법재판소가 정보공개법이 없던 시절에도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다고 볼만큼 핵심적인 기본권의 하나임이 분명하나, 불순한 목적으로 남용된 정보공개청구권은 더 이상 알권리의 실현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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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1998년 시행됐다.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해 공개를 원칙으로 하여 행정 비밀주의를 타파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는, 참으로 이상적인 민주주의 제도의 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상적으로 운영될 때의 이야기다. 국민의 알권리는 헌법재판소가 정보공개법이 없던 시절에도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다고 볼만큼 핵심적인 기본권의 하나임이 분명하나, 불순한 목적으로 남용된 정보공개청구권은 더 이상 알권리의 실현이라 할 수 없다.
지난 5월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법에 따른 적법한 처분임에도 불구하고 민원 불수용 등을 이유로 ‘보복성 정보공개 청구’를 일삼는 경우가 많았다.
불법인 건축물이 단속되거나 포상금이 적게 책정됐다 등 각종의 이유로 해당 공무원과 부서원에게 무분별한 정보공개 청구 테러를 일삼는 ‘묻지마식 청구’가 대표적이다. 입찰에 떨어진 자가 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출장 내역, 여비 지급 내역 등 관련 없는 자료까지 수백 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하며 업무 마비를 시킨 일까지 있었다. 또 타 부서로 전보된 공무원을 상대로 전보된 과에 무차별하게 정보공개 청구를 일삼는 ‘스토커형 청구’도 빈번했다.
하지만 청구인이 그저 특정 공무원을 표적 삼아 괴롭힐 의도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더라도 그간 공무원 노동자들은 이를 함부로 종결처리 할 수도 없었다. 정보공개 청구권 행사를 통한 국민의 알권리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묻지마식, 스토커식 정보공개 청구를 과연 올바른 권리 행사라고 볼 수 있을까? 지난 2014년 대법원은 ‘국민의 정보공개 청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 정보공개청구권의 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판시했다.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오직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목적으로의 권리 행사는 금지된다’는 시카네(schikane, 괴롭힘을 뜻하는 독일어) 금지의 원칙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 아주 중요한 판례다.
이번 개정안은 이 대법원 판례를 반영하여 실제로는 해당 정보를 취득·활용할 의사가 없으면서 제도를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고, 담당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아무 목적 없이 방대한 양을 정보공개 청구하여 기관의 업무처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를 ‘부당한 청구’로 특정하여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물론 담당자가 멋대로 종결처리 하는 것이 아닌 ‘정보공개심의회’를 거쳐 절차에 따라 종결처리 하는 것이다.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 자는 공공기관에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5조 제3항 신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너무나도 당연한 이 말을 법 조항으로 넣어야 했을 만큼 그동안 정보공개 청구권의 오남용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정보공개법 개정을 통해 정보공개청구권의 남용은 공무원 개인에 대한 악성 민원의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 행정 시스템을 뒤흔드는 악질 권리남용임을 분명히 해야 할 때다. 민주적인 제도는 민주적으로 운용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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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섭 공무원노조총연맹 수석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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