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SK 이어 삼성, 회비납부 길열려…한경협, 옛위상 되찾나

한상용 2024. 8. 2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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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한경협' 탈바꿈 이후 외연확장 이어가…'경제단체 맏형'은 아직
'정경유착 완전 근절' 위한 후속 쇄신 요구 이어져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한 데 이어 삼성이 회비를 납부할 길이 열리면서 향후 한경협의 위상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1968년 설립 후 55년 만인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간판을 바꿔 단 한경협으로서는 다시 한번 외연 확장의 기회를 잡은 모양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는 26일 삼성 계열사의 한경협 회비 납부 문제와 관련해 "관계사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도록 했다"며 사실상 '승인' 입장을 정했다.

삼성이 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하려면 준감위의 승인이 필요하다.

준감위의 이날 결정으로 국내 주요 4대 그룹 가운데 이미 회비를 납부한 현대차와 SK에 이어 삼성까지 3대 그룹이 한경협의 실질적 회원사로서 활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마지막 남은 LG그룹은 회비 납부를 놓고 내부 검토 중인데, 재계에서는 LG도 조만간 회비를 납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렇게 되면 한경협은 4대 그룹 모두를 실질적 회원사로 두면서 외연 확장은 물론 경제단체로서 위상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현대차그룹 내 한경협 회원사는 현대차, 기아,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5곳으로 모두 유력 계열사다. SK㈜,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도 회원사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핵심 계열사 4곳이 한경협에 참여하고 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1년 전인 지난해 8월 한경협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면서 4대 그룹을 향해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새로운 사업·기업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경협 가입 회원사도 늘고 있다.

한경협은 지난 2월 이사회에서 20개 기업의 신규 가입 안건을 의결했다. 여기에는 포스코홀딩스, 아모레퍼시픽, 매일유업, LIG, 에코프로, KG모빌리티 등이 포함됐다. 게임업체인 위메이드도 합류했다.

지난 2월 기준 한경협의 회원사는 427개사다.

나아가 한경협은 정보기술(IT), 엔터테인먼트, 게임, 핀테크 기업들을 회원사로 적극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한경협이 외연 확장을 넘어 과거처럼 '경제계 맏형' 역할을 하려면 다방면의 쇄신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 핵심은 '정경유착 근절'이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한경협의 전신인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을 기업들에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는 4대 그룹의 잇단 전경련 탈퇴로 이어졌다.

한경협으로 재출범하면서 4대 그룹이 회원으로 이미 가입해 있던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 외견상 4대 그룹을 회원사로 두고 있었지만, '실질적 참여'라고는 할 수 없었다.

'정경유착의 악몽'을 경험한 기업 입장에서는 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하는 실질적 회원사 활동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류진 회장 역시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겠다.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경영 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솔선수범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한경협은 지난 1년간 전경련에서 한경협으로의 명칭 변경은 물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의 탈바꿈, 윤리위원회 신설을 비롯한 준법 경영 등 쇄신 노력을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한경협의 '정경유착 고리 완전 단절'에 대해선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삼성 준감위는 지난달 회의에서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됐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삼성의 회비 납부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준감위는 이날 회의에서도 "현재 한경협의 정경유착 고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한경협이 이러한 우려를 제거하기 위한 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실상 정치인 출신인 김병준 전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의 사퇴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전 대행은 현재 한경협 고문이다.

이와 관련, 한경협 관계자는 "앞으로도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면서 한경협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경제단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라면서도 김 고문의 거취에는 말을 아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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