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추절 선물 ‘월병’ 호화품 대신 가성비

샥스핀·금박에 보석 포장도
‘시진핑 2기’ 사치 감독 이후
10만원 이상 고가 상품 퇴출

중국의 추석인 중추절마다 화제가 됐던 호화 월병이 옛말이 됐다. 중국 당국이 부패와 사치 풍조를 막는다며 월병 시장을 감독하자 10만원 이상 고가 상품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26일 베이징 자금성 근처의 후통(옛 골목)에 위치한 유명 월병가게는 중추절을 앞두고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직원에게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을 안내해달라고 하자 “베이징 특색이 있는 상품이거나 다품종 세트가 인기가 많다”고 했다. 가격대는 138~380위안(약 2만5000~7만원) 수준이었다. 가장 비싼 월병은 489위안(약 9만1000원)이었다. 직원은 “무게가 5㎏에 달하는 데다, 팥소로 채워져 있어 비싸다”며 “상사에게 선물하거나 비즈니스용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보다 저렴한 월병에 관심을 보였다. 한 중년 손님은 “친척들 선물용이다. 중추절에는 돈이 들더라도 기분을 내야 한다”고 하더니 한 상자에 12위안(약 2200원)인 월병세트를 6개 샀다. 그는 “품질을 가장 우선시한다”며 비싸다고 반드시 좋은 월병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중추절 선물로 애용되는 중국 전통과자인 월병은 부의 과시 수단이나 뇌물이 되기도 했다. 2010년대 중반에는 상어지느러미(샥스핀)로 소를 채운 월병, 금박 포장 월병, 보석함 포장 월병까지 등장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2기인 2019년부터 당국이 강력한 반부패 사정을 벌이면서 고가 월병 시장은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500위안(약 9만3000원) 이상의 고가 월병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과 상무부 등이 2022년 500위안 이상의 월병에는 특별감독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베이징 월병가게에서는 400위안대 월병도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백화점이나 제과점에서도 80~130위안대 월병을 전면에 배치했다. 한 베이징 주민은 당국의 규제가 아니더라도 “지갑 사정이 얇아진 것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