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군대까지…‘딥페이크 성범죄’ 기승

오동욱·탁지영 기자 2024. 8. 2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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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사진 합성해 성착취물 제작·유포…피해학교 명단 공유
현역 군인 인증 등 입장 조건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도 발칵
올 청소년 피의자만 10명 입건…정부기관 “수사 우선” 손놔

대학가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와 군대에서도 여성 사진을 몰래 가져다 합성한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포가 횡행한다는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충격적인 폭로가 우후죽순처럼 올라오지만 관계기관들은 “경찰 수사가 우선”이라며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가 일어난 피해 학교 명단이 올라와 파장이 일었다. 익명의 누리꾼 A씨는 제보를 통해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피해 학교 명단을 취합하고 있다면서 약 200곳의 사례를 공개했다. A씨가 올린 명단에는 서울·경기·경남·전남·강원·부산·제주 등 국내 학교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한국국제학교까지 포함돼 있었다. 다른 누리꾼은 “중학교, 고등학교 상관없이 학교마다 ‘겹지인 능욕방’(서로 아는 특정 여성의 정보를 공유하고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유포하는 방)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 군인을 상대로 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단체대화방이 있다는 폭로도 나왔다. 이 대화방의 참가자는 한때 900명을 넘겼지만 현재는 ‘폭파’(방이 사라짐) 된 상태라고 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이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 사진을 보면 현역 군인 신분을 인증해야 참여할 수 있는데, 여성 군인을 ‘군수품’이라고 지칭하면서 피해자의 이름과 계급·연락처·나이 등 개인정보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피해 여군에게 이른바 ‘능욕 메시지’를 보내고 반응을 확인·공유하는 것을 대화방 입장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나타났다.

1900명이 넘게 참여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여성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합성 성착취물이 유통됐다는 폭로도 올라왔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7월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유포하다 입건된 14세 이상 청소년이 1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해 “IT(정보기술) 기기에 익숙한 청소년을 중심으로 학생끼리는 물론 교사에 관한 영상까지 확산해 우려스럽게 생각한다”며 “시교육청과 협의해 학생들이 심각성을 알 수 있도록 예방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SNS를 통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유통하는 경우 피해 대상이 아동이면 청소년성보호법이 적용돼 문제 영상을 소지·시청하면 1년 이상의 징역, 제작·배포할 경우 최소 징역 3년,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된다. 성착취물 피해자가 14세 이상이면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통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정부 기관들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여군 대상 텔레그램 대화방과 관련해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현재로선 경찰 수사가 진행돼야 피해자를 확인하고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오동욱·탁지영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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