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수 미달’ 인권위 회의 무산, 김용원·이충상 전엔 없었다

전지현 기자 2024. 8. 2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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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출석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회의실에서 26일 열린 2024년 제16차 전원위원회 회의에 이충상 위원(오른쪽 사진)과 김용원 위원의 자리가 비어 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상임위 15회·전원위 3회
유례 없는 ‘회의 보이콧’
작년 초 화물연대 상임위서
막말 퇴장 후 ‘습관성 불참’
월급 1100만원은 꼬박 수령
두 달 만에 전원위 열렸지만
두 위원은 여전히 안 나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의 ‘회의 보이콧’으로 겪고 있는 파행이 인권위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부터 인권위는 ‘의사 정족수 미달’로 전원위원회나 상임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2022년 두 위원의 부임 이후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무산된 게 18회에 달했다.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인 두 위원은 회의 참석을 거부하면서도 1100여만원에 달하는 월급은 모두 수령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26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인권위 전원위원회·상임위원회 정족수 미달’ 자료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인권위 회의 내역을 전산으로 확인 가능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인권위에서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열리지 못한 사례는 전무했다. 2022년 10월 이 위원, 2023년 2월 김 위원이 취임하면서 달라졌다. 지난해 4월20일을 시작으로 상임위 15차례, 전원위 3차례 등 18차례나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두 위원은 송두환 인권위원장 또는 다른 위원들과 의견이 대립할 경우 ‘안건 상정 전 의사진행발언 후 퇴장’ 방식으로 회의를 파행시키고 있다. 지난해 4월20일 열린 ‘2023년 제13차 상임위’가 시작이었다. 상임위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3인으로 구성되는데 회의가 열리려면 ‘3인 이상 출석’해야 하고, ‘3명 이상 찬성’해야 의결이 된다. 당시 두 위원은 화물연대 파업 이후 공론화된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제도 개선 권고 안건을 두고 이견을 보이다 퇴장했다. 일부 위원이 안건을 전원위에 재상정하자고 하자 이 위원은 “인권위가 개판 5분 전”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퇴장하면서 “의사 정족수 미달이므로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도 “위원 수로 반대 의견을 제압하려 한다”며 회의장을 떠났다.

이후 두 위원은 위원 간 의견이 부딪치거나, 자신들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퇴장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김 위원은 지난해 8월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박정훈 대령의 긴급구제 안건을 다루는 회의에 불참했다가 비판을 받자 “회의에 건강상 문제로 조퇴한 것이 고의로 불참한 것처럼 왜곡됐는데도 ‘알아서 대처하라’는 식이면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퇴장했다.

유사한 사례는 전원위에서도 벌어졌다. 이·김 위원은 소위원회에서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 전원위에 회부할 게 아니라 기각·각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자 지난 6월26일 ‘전원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석훈·이한별·김종민·강정혜 등 일부 비상임위원도 동참했다. 11명 중 과반인 6명이 불참하면서 두 달간 3차례 소집된 전원위에선 안건이 전혀 논의되지 못했다.

두 위원은 회의를 보이콧하면서도 월 1176만1910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직급보조비 95만원, 정액급식비 14만원, 가족수당 4만원 등 각종 수당도 수령했다. 서 의원은 “김·이 상임위원이 국민이 위임한 권한과 권력을 남용하며 인권위를 자신들의 독임제 기구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합의제 기구인 인권위의 설립 규범을 전면으로 거스르는 행동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위원의 보이콧으로 멈춰 섰던 전원위는 26일 간신히 성원을 충족해 열렸다. 보이콧에 동참했던 강정혜 위원이 출석했기 때문이다. 다음달 3일 퇴임을 앞둔 송 위원장이 마지막으로 주재하는 전원위였다.

송 위원장은 일부 위원들의 보이콧에 대해 “제 불찰”이라면서도 “상임위와 전원위에 출석해 심의·의결하는 것이 인권위원의 주된 임무라 볼 수 있는데, 이 같은 의사표현 방식은 여러모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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