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충전율 50% 넘으면 선적 제한?…'완충' 전기차 몰고 여객선 타보니
최근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배로 차를 옮길 때도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실었다 바다 한가운데서 불이 나면 대형 참사가 난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배터리를 절반 이상 충전한 전기차는 태우지 말라는 게 정부 권고인데, 현장 상황은 어떤지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금 밤 12시 30분이 지난 시간인데요.
제 옆에 보시면 완도에서 제주로 가는 여객선이 정박해 있습니다.
약 2시간 뒤면 출발을 하게 되는데 지금 제 뒤쪽을 보시면 차들이 들어가려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저 중에 전기차도 몇 개 보이는데 제가 한번 가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사 관계자 : 이 배가 240대 정도 승용차를 싣거든요. (전기차는) 많을 때는 한 10대. 10대에서 15대.]
이 배를 띄우는 선사는 최근 손님들에게 "배터리 충전율 50% 미만 전기차만 실릴 수 있다"고 공지했습니다.
"사고이력이 있으면 탈 수 없다"고도 알렸습니다.
해양수산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겁니다.
제주도로 돌아가는 배를 기다리는 현대 아이오닉5 전기차 차주.
항구 도착 전 이른바 '쪼개기 충전'을 해야 했습니다.
[아이오닉5 차주/제주도민 : 충전율 50% 이내로 만들어보려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번 충전시켰어요. {조금씩하고 또 나오고 그러셨군요. 오히려 그냥 한 번에 쭉 완충했으면…} 완충했으면 세 번이면 될걸, 다섯 번인가 여섯 번 충전하면서 왔어요.]
한참 기다리며 배터리를 소모한 뒤에야 배를 타러 가는 테슬라 모델Y 전기차 차주.
정부 가이드라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테슬라 모델Y 차주/제주도민 : 쓸데없는 짓이죠. {그렇게 느끼세요?} 당연하죠. 이게 전기차 갖고 있다는 것 자체로 장려할 때는 언제고…]
전기차 운전자의 불만을 사고 있는 이 가이드라인, 현장에서 잘 지켜지기는 할까요?
[예, 전기차 하나 들어갑니다.]
목포항 여객터미널 전광판엔 '배터리 충전율 50%를 넘긴 전기차는 선적이 제한된다'는 안내가 나옵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98% 충전된 전기차인데요.
제가 직접 이 차를 몰고 여객선에 탑승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표를 살 때 전기차는 꼭 말해달라"는 공지문이 붙어있지만, 전기차라고 말을 해도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차종이 어떻게 되세요? {코나 EV요.}]
그대로 배 안으로 안내하는 선사 관계자.
[{선생님, 이거 전기차인데 확인하는 그런 것 없나요?} 아직 없어요.]
제가 이 전기차를 직접 몰고 방금 이 배 안으로 들어왔는데요. 여전히 배터리는 98%입니다.
하지만 해수부 가이드라인대로 배터리가 몇 퍼센트 충전 상태인지 또는 차에 망가진 건 없는지 이런 확인하는 과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정부는 의무가 아니라 권고이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적용할지는 각 선사들의 판단이라는 입장.
그래서 여전히 관련 안내조차 안 하는 곳도 있고.
완도항에서 인근의 작은 섬으로 가는 배표를 끊는 곳인데요. 보면 아직까지는 전기차 관련해서 특별한 안내문을 붙여놓은 것은 볼 수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승객들에게 요구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아이오닉5 차주/제주도민 : (선사에서) '시동 좀 걸고 에어컨이라도 좀 더 켜서 (배터리) 소모 좀 시켜달라'고 하니까 '그렇게 협조하겠다'라고 말씀드렸죠.]
선사들도 할말이 많습니다.
안 지키자니 혹시 사고 났을 때 뒷일이 신경 쓰이고, 지키자니 일일이 차를 확인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완도항 선사 관계자 : 클레임으로 고객들과 불화가 일어날 것 같은 걱정도 있고요. 가장 큰 걱정은 화재 발생이긴 한데 이제 정말 못 탄다고 말해야 한다면 멀리까지 와서, 완도가 멀다 보니까, 멀리에서 오신 분들은 불만을 좀 가지실 수밖에 없겠죠.]
[진도항 선사 관계자 : 그 사람이 (섬에) 몇 박 며칠 가려고 하는데, 충전율 50%로 가서 충전할 데가 없으면, 나올 때 또 만약에 방전돼버리는 순간 그 차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정부는 '선내 전기차 화재 사고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는 차원'이라는 입장.
[해양수산부 관계자 : 충전율이 높은 차량이 위험하냐? 그건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없지만 충전율이 높은 차량에서 화재가 났을 때는 화재 규모가 커질 수 있어서 선박이라는 고립된 환경을 감안하면 충전율을 낮춰서 선적하는 것이 선박 안전과 여객 안전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저희는 판단합니다.]
이렇게 항해 중인 배 위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이죠.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서 정부가 내린 가이드라인.
그 취지는 좋지만 이렇게 직접 현장에서 확인을 해보니까 전기차를 몰고 온 탑승객도 그 탑승객을 태우는 회사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 취재지원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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