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여성들 꽂혔다더니…샤넬, 제니 앞세워 '승부수'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시계 무려 3억" 이 회사 꽂히더니
제니 앞세운 샤넬 속내는
에르메스·샤넬 등 패션 명품 브랜드들
시계 출시에 열올리는 까닭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최근 스위스의 한 시계업체 지분을 인수했다. 직원 59명에 연매출 7000억원 규모의 작은 시계업체다. 회사가 설립된 게 2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 신생 시계 회사에 샤넬이 투자를 결심한 배경에 명품업계 이목이 쏠렸다.
작은 시계업체 인수한 샤넬의 '속내'는
26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이 지분을 인수한 이 업체는 스위스 고가 오토매틱 시계 브랜드 ‘막시밀리앙 뷰세와 친구들(MB&F)’다. 국내에선 생소한 브랜드지만 현지에선 롤렉스나 오메가 부럽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과 압도적 기능 덕분이다. 장난감 로봇을 연상시키거나 비행물체를 닮은 시계나 해파리, 개구리 등 동물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 등으로 시계 마니아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가격은 상당히 고가다. 일부 고급형 모델의 경우 최소 1억원에서 3억원을 넘나드는 가격이지만 대기 기간이 10년 가까이 되는 제품도 있다. 일본산 무브먼트를 탑재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라인도 3000프랑(약 420만원) 수준이다.
2005년에 설립된 MB&F는 지난해 약 4540만프랑(약 70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샤넬이 지분을 25% 확보하면서 MB&F 창립자인 뷰세가 지분 60%를, 연구개발(R&D) 및 생산 책임자인 세르주 크리크노프가 15%를 소유하게 됐다. 샤넬 워치 앤 파인주얼리 부문 프레데릭 그랑지에 사장은 "독립성, 창의성, 우수성이라는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는 MB&F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게 돼 기쁘다"고 했다.
언뜻 보면 이례적 행보 같지만 샤넬이 시계 생산에 관심을 보여온 점은 업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샤넬은 앞서 2011년 로맹 고티에, 2018년에는 F.P. 주른의 일부 지분을 매입하는 등 시계 제작을 위한 투자와 노력을 쏟아왔다.
올해 상반기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 앤 원더스에선 수십 종의 새 시계를 발표했다. 통상 워치스 앤 원더스에선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등 하이앤드 라인 시계 브랜드들이 참석해 신제품을 선보인다. 샤넬은 블랙핑크 제니를 ‘프리미에르 오리지널 에디션 워치’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브랜드가 아닌 특정 제품의 모델을 기용한 것은 일반적이진 않다. 그만큼 샤넬이 시계 제품 마케팅에 열 올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샤넬뿐 아니라 에르메스도 시계 출시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에르메스 역시 워치스 앤 원더스를 통해 에르메스 컷(Hermès Cut)을 선보였다. 에르메스 컷은 인하우스 무브먼트 H1912를 탑재한 기계식 시계로 메종을 이끌어갈 대표적 여성 라인으로 꼽힌다. 2021년 출시된 메종의 첫 번째 스포츠 시계이자 대대적 성공을 거둔 H08에 이어 또 다시 업계를 뒤흔들 후보로 꼽힌다.
에르메스 또한 2006년에 무브먼트 제조업체인 보쉐 매뉴팩처 지분 25%(나머지 75%는 세계적 시계 브랜드 파르미지아니가 소유)를 인수해 시계 제조 기술을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기계식 무브먼트 H1912(에르메스 컷)와 H1837(H08용)을 선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에르메스 컷 출시는 시계 부문의 지속적 성장에 힘입어 기계식 시계 제조를 추구하는 장기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명품시계 리셀가 떨어지는데
최근 명품 시장이 침체되면서 시계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다. 수요 둔화는 리셀(재판매) 가격 하락세에서 엿볼 수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2년 1분기에 팬데믹으로 인해 최고조에 달했던 중고 시계 시장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어지간해선 리셀 가격이 내리지 않기로 유명한 브랜드인 롤렉스까지 큰 폭의 리셀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10개 명품 시계 브랜드의 대표 제품 60개 중고 가격을 지수화한 '시계차트 전체시장 지수(WatchCharts Overall Market Index)'를 분석해보면 2024년 2분기에 시계 리셀 시장 가격은 전 분기 대비 2.1%,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 내렸다. 9분기 연속 내림세로 유명 브랜드 모두 침체기를 피하지 못해 롤렉스는 7.2% 하락했다. 파텍필립 시계는 10.7%, 오데마 피게는 12.5% , 바쉐론 콘스탄틴은 15.3% 내려 두 자릿수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굳건하던 롤렉스 시계 리셀가까지 흔들리는 마당에 패션 전문 명품 브랜드들이 시계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여성 시계 수요가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남성 고객 위주의 정통 시계 브랜드들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도리어 여성들은 시계 명품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한 스위스 고급시계 소매업자는 여성 대상 시계 시장에 대해 "수요는 너무 많은데 공급은 너무 적다"고 말했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향 때문에 젊은층 중심으로 여성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기간 여성 대중이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가방이나 옷 등 패션 잡화를 많이 구입하면서 시계의 희소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에르메스에서 시계 매출은 애플 워치 브레이슬릿을 제외하고 2023년 기준 전년대비 23.2% 증가한 6억1100만 유로(약 9069억원)로, 2022년 기준 그룹 내 향수와 미용제품 매출을 추월했다는 점만 봐도 이를 엿볼 수 있다. 대부분 여성 시계 고객이 상당 비중을 차지 한다.
남성에 초점을 맞춘 정통 시계 브랜드들도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오데마 피게의 지니 라이트 북미지역 최고경영자(CEO)는 매체 인터뷰를 통해 "여성이 무엇을 고려하고 남성과 다르게 시계를 구매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훨씬 더 높아졌다“면서 ”미국에서는 Z세대부터 X세대까지 여성 기업가와 임원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언급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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