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도 아닌데 호들갑 떤다"...'딥페이크' 가해자 신상 탈탈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학교 차원에서 학교폭력예방법 등의 절차로는 이 문제에 대응하거나 피해자를 보호·지원하기 어려워 무력감을 느낀다”
26일 ‘딥페이크’ 범죄 관련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전한 교사들의 호소다.
교사노조연맹은 “피해 학생과 교사들은 자신의 얼굴이 나체 및 성관계 사진 등에 합성돼 사용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며 “피해를 입지 않았어도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성범죄에 활용되거나 온라인에 유포될 수 있다는 공포 및 불안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다. 학교로 제보와 신고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딥페이크 영상 피의자는 10대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기준 피의자 120명 중 10대는 91명으로 4명 중 3명꼴이었다. 20대는 24명, 10대 4명, 60대 1명 순이었다.
이에 대해 교사노조연맹은 “기술 접근에 용이하고 장난처럼 성범죄를 저지르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어 관련 처벌을 강화하고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소년의 성범죄를 더 이상 ‘단순 호기심’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청소년은 디지털성범죄의 결과물을 경제적 가치로 교환하는 것이 학습되는 상황”이라며 “학교의 예방 교육, 연수 늘리기만으론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텔레그램방에는 ‘얼굴 사진을 올리면 바로 음란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안내와 함께 특정 중·고등학교를 나열하며 관련 영상을 판매한다는 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른바 ‘겹지인(겹치는 지인)방’에는 아는 사람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 사진으로 음란물을 만들어 올리고, 아는 사람의 얼굴을 합성해달라는 의뢰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가족이나 교사, 군인 등 사진을 올리면 “용기 있다”며 더 수위 높은 성범죄를 부추기는 내용도 포착됐다.
대학생 커뮤니티에선 딥페이크 범죄에 대해 “AI면 진짜 자기 몸도 아닌데, 호들갑 떤다”, “정보를 남긴 게 없다면 경찰에 잡힐 확률 0%”라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교사노조연맹은 “이번 피해 사례는 전국적으로 넓게 분포돼 있고 유포자 특정이 어려우며 범죄 신고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생들은 가해자 처벌이나 제대로 된 대응을 기대할 수 없어 스스로 SNS나 온라인에 올린 사진을 내리거나 삭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과 교사 피해자를 위한 긴급 심리 지원을 제공하고 학교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의 신고 접수 시스템과 수사 전담팀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AI와 딥페이크 기술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 제한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담당할 부서를 편성하라”고 촉구했다.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금전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배포하거나 유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양형 기준을 보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아닐 경우 6개월~1년 6월 정도의 징역형에 그쳤다. 가해자가 10대일 경우엔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외국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 특성 탓에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텔레그램이 다른 SNS에 비해 보안성과 익명성이 높다는 점도 딥페이크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가해자 신상’이라며 남성 다수의 이름과 얼굴 등이 담긴 게시물도 빠르게 번지는 등 사적제재 조짐도 보이고 있다. 딥페이크를 제작하고 유포한 가해자들을 강력 처벌하고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국민 청원도 올라왔다.
이른바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인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SNS를 통해 “국가적 재난 상황임을 선포하고 시급히 대안을 마련하라”며 “텔레그램이 N번방 사건 때처럼 가해자들의 신상 협조에 수사를 거부한다면 최소한 일시적으로 텔레그램을 국내에서 차단하는 조치라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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