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기술 한국이 최고 수준인데”…탄식 쏟아낸 회장님
선진국선 인쇄 수요 줄어도
개발도상국은 아직 시설 부족
韓, 우즈베크 교과서 사업 수주
글로벌 진출 가능성 무궁무진
인쇄업체 몰려있는 충무로
재개발로 생존 위협 받아
사업 이어갈 대책마련 절실
지난 5월 한국인 최초로 세계인쇄회의 회장에 당선된 김병순 대한인쇄문화협회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989년 창립된 세계인쇄회의는 50개국이 가입된 국제 인쇄단체다. 매년 회원국 중 한 곳에서 포럼을 개최해 미래 인쇄 비전을 논의하고 회원국 간 정보교류를 해왔다.
김 회장은 현재 글로벌 인쇄 산업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인쇄 수요가 부족한 반면,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은 양질의 인쇄물을 생산할 시설이 부족하다”며 “일부 국가는 교과서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회장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인쇄산업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작년에는 국내 업체가 우즈베키스탄 국정교과서 생산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는 “현재 또 다른 개발도상국 물량을 국내 인쇄업체가 맡도록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인쇄산업 협력 확대를 위해선 세계인쇄회의 회원국 증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 현재 50여 곳인 가입국을 임기 중 100개국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그는 “그동안 세계인쇄회의가 포럼 개최 외엔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회장 당선 후 릴레이 회의를 통해 회원국들의 의견 수렴을 마쳤고, 인쇄산업 교류 활성화를 위한 정관 개정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정관 개정이 완료되면 각 회원국의 인쇄 산업 현황, 지속가능한 친환경 인쇄에 대한 정보를 상시 공유하는 시스템이 마련될 것이란 설명이다.
김 회장은 인쇄 산업에 대한 환경 관련 오해도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와 잉크를 사용하는 인쇄 산업이 환경을 해치는 산업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종이 생산에 사용되는 나무는 모두 조림을 통해 새로 키워진 것들입니다. 이렇게 키운 나무들은 종이로 재탄생되기 전까지는 탄소감축에 기여를 하고 있죠.”
그는 이어 “주기적인 전력 소모로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한 전자책 등 디지털 기기와 달리 종이책은 한번 생산된 후에는 환경을 거의 오염시키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친환경 잉크 도입으로 종이 재활용 시 폐기물이나 전기 사용량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세운지구는 서울시 전체 인쇄 사업체의 60% 가까이가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인쇄 산업은 기획과 디자인, 편집, 출력, 인쇄, 후가공, 감리, 판매 등 8단계 공정을 거치는데, 세운지구 안에서 공정 단계별로 사업체들 간에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습니다. 일부 사업체가 떠날 경우 지구 내에서 사업 영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죠.” 이어 그는 “지금껏 세운지구 인쇄업체들은 인근 기업과 관공서의 주문을 받아 다품종 소량생산, 신속생산을 해왔다”며 “세운지구가 사라질 경우 영세 인쇄업자들 뿐 아니라 인쇄 고객들의 불편도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한국 인쇄 산업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만든 인쇄종주국으로, 우리 인쇄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한국 최초의 세계인쇄협회 회장으로서 세계 인쇄인들의 구심체 역할을 하고, 미래의 인쇄 발전을 모색할 것입니다.” 이어 그는 “지난 2016년에 국내에서 개최됐던 세계인쇄회의를 3년의 회장 임기 중 한국에서 다시 한 번 개최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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