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통위’ 방송장악에 제동…탄핵심판도 ‘영향권’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를 교체한 데 대해 법원이 26일 제동을 걸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법원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관한 2인 체제 방통위의 심의·의결 행위 모두에 대해 법적·절차적 하자를 다퉈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정부의 ‘방송 장악’ 행보에 대한 비판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당장 방문진 이사 교체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물론 정부가 2인 체제 방통위를 앞세워 밀어붙인 한국방송(KBS) 경영진 교체와 와이티엔(YTN) 민영화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또 공영방송 이사 선임 강행으로 탄핵소추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헌법재판소 심판도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
이번 법원 결정은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는 물론,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할 때 의결에 필요한 심의마저 건너뛴 채 ‘졸속 심사’를 했다는 방문진 야권 이사들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방문진 새 이사 임명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단지 2인의 위원으로 방통위에 부여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재판부는 “7월31일 임명처분에 관한 절차 준수 여부, 심의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 등에 관하여 방통위가 낸 자료와 심문 결과만으로는 합의제 기관의 의사 형성에 관한 전제조건이 실질적으로 충족되었다거나 그 충족에 관한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이날 결정으로 방통위가 임명한 신임 방문진 이사 6명은 임명처분 취소를 다투는 본안 사건 1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임기를 시작할 수 없게 됐다. 이 경우 방송문화진흥회법(6조 2항)에 따라 현 이사진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게 된다. 현 방문진 이사진은 여야 3 대 6 구도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적어도 1심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는 방문진을 통한 ‘문화방송 경영진 교체 시도’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앞서 권태선·김기중·박선아 방문진 야권 이사 3명은 방통위가 7월31일 이진숙 위원장 취임 당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문진 이사 6명 선임 안건을 의결하자 이를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방문진에 이어 한국방송 새 이사 7명에 대한 자격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방통위는 7월31일 방문진 이사 임명안을 의결할 때 한국방송 이사 7명 추천안도 함께 의결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튿날 이를 곧바로 재가했다. 이에 따라 7명의 한국방송 새 이사는 다음달 1일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당시 방통위의 심의·의결 행위에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본 만큼 이들이 임기를 시작할 경우 ‘위법 이사회’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번 법원 결정이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 위원장이 취임 당일 기습적으로 전체회의를 열어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통과시키자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냈고,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를 열어 이를 가결했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의 핵심 사유는 “이진숙 방통위가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협의를 통해 임명해온 관례 등을 위배한 채 대통령이 임명한 2명의 상임위원만으로 공영방송 임원 임명을 강행했다”는 것으로, ‘2인 체제’와 ‘졸속 심의’를 모두 직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법원의 이번 결정은 방통위가 대통령 추천 몫 2명의 위원만으로 제대로 된 심의도 없이 방문진 이사 임명안과 한국방송 이사 추천안을 의결한 것은 위법적이라는 것”이라며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도 사실상 거의 같은 내용이기 때문에 법원의 이번 결정 취지가 그에 대한 탄핵심판에도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원 결정에 대해 문화방송 노사는 “정권의 방송 장악을 멈춰 세운 역사적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성명에서 “법원의 결정에는 법리적 판단뿐 아니라, 제대로 된 공영방송의 존재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엠비시 구성원들은 좋은 보도, 좋은 프로그램을 통해 공영방송 엠비시의 존재 이유를 계속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방송 사쪽도 “문화방송을 장악하려는 칼바람을 막아준 법원에 감사와 존경의 뜻을 밝힌다”는 입장을 냈다.
최성진 csj@hani.co.kr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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