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해임 가능할까…野 "방심위, 정권 유지 기구" vs 與 "독립성 침해·탄핵 연장선"
민원 사주 의혹과 날치기 연임 등으로 '언론 폭거' 논란에 휩싸인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해임의 근거 규정을 두는 일명 '류희림 방지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놓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 위원들은 방심위가 "정권 유지를 위한 검열 기구로 전락했다"며 방심위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여당 위원들은 '류희림 방지법'이 방심위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며 "야당의 무분별한 탄핵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류 위원장이 연임하는 과정을 보면 너무 졸속적으로 이루어졌다"며 "(방심위가) 민간 독립기구이긴 하지만 (방심위에 대한 실질적인 감사권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관리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국가적 업무를 하는 기구가 이렇게 된다(류 위원장에게 휘둘린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한 의원은 "(류 위원장이) 청부 민원사주 의혹 수사를 받고 있는 데다 가짜뉴스를 신속 심의한다면서 논란을 가져왔고, 윤석열 대통령 관련된 풍자 영상에 대한 접속을 차단한다든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선으로 구성한다든지, 방심위원들을 가지고 규칙을 만드는데 규칙 개정을 했다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논란들이 많다"며 "법 개정을 통해서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훈기 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가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 사건에 대해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방심위로 돌려보낸 것과 관련해 "조사 대상이어야 할 방심위에서 스스로 조사를 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며 "지금 방심위 감사실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데 김종현 감사실장은 민원사주 의혹 사건 발생 당시에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했던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방심위가 방송사에 대한 징계권 등 막강한 행정권한을 행사하는 데 민간 독립기구라는 외피를 둘러싸고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지금 류 위원장처럼 불법을 저질러도 권익위처럼 대통령 영향력에 있는 행정기관들이 비호하면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방심위가 검열기구, 그러니까 정권 유지를 위한 검열기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과방위 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은 "만약 대통령에게 해촉 요구도 못한다면, 위원장이 사실상 공무원 이상의 권력을 남용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그러면 여기는(방통위는) 대통령보다 더한 독재가 가능한 곳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위원장이 지난 달 16일 대표발의한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은 국회 추천 몫 방심 위원 중 위원장 호선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방심위원 9인은 대통령이 3인, 국회 과방위가 3인, 국회의장이 3인을 추천하는데, 위원장은 대통령 추천 몫이 아닌 국회 혹은 국회의장 추천 몫에서만 호선할 수 있게 했다.
부칙에서는 개정안 시행 전 규정에 따라 호선된 위원장의 직무수행은 개정안 시행과 동시에 종료되도록 했다. 즉, 류 위원장(대통령 추천 몫)을 사실상 해임하는 것이다.
또한 방심위원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에는 국회가 해촉을 요구하고,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르도록 하여 방심위원의 법률 준수를 강화했다. 해촉 대상 방심위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해촉 요구 전에 청문도 실시하도록 했다.
여당 위원들은 그러나 방심위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류희림 방지법' 통과를 반대했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여기에(방심위 인사에) 개입을 하게 된다 그러면 이(방심위의) 본질적인 업무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며 "해촉에 대한 의미 자체가 대통령이 (방심위와 관련한) 종속적 개념이나 임명권에 관련된 법률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정훈 의원은 "지금까지 야당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서 많은 (방통위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했고 거기에 법률적인 미비가 있다는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런데 (방심위원) 해촉 요구를 하는 것도 같은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에 오히려 방송 심의와 관련된 독립성을 더 침해하고 또 다수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회에서 추천하는 (위원회) 위원들이 많다. 그런데 그중에서 방심위 위원에 대해서만 해촉 요구를 할 수 있는 것도 국회에서 추천하는 다른 위원들과 비교해 볼 때 형평에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며 "무분별한 탄핵의 연장선상에서 해촉 요구까지 이루어져서는 정치적으로 방심위의 심의권을 제약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이날 기관 업무보고를 위해 과방위에 출석한 김태규 방통위 위원장 직무대행은 '류 위원장의 폭거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취지의 야당 위원들 질의에 "그 전제 부분에 대해 제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 상태에서 답변하기 어렵다"며 원론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제도 개선은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사람의 행위만을 타깃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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