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도체 제재의 허점…해외 클라우드서 엔비디아칩 쓰는 中

김영욱 2024. 8. 2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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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H100 등 칩셋 수출 금지에 인프라 서비스 이용
클라우드 업체들, 중국에 H100 갖춘 데이터센터 제공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상반기 AI 설비투자 2배 이상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생성 이미지.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투자를 강화하는 가운데 클라우드와 연결하는 방법으로 대중국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의 첨단 칩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중국 AI 기업들은 미국 제재를 우회해 엔비디아 첨단 칩 H100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엔비디아 제품을 수급할 수 없게 되자 AI 인프라를 서비스 형태로 공급하는 클라우드 기업을 통해 첨단 칩에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고, 서비스 결제는 가상화폐·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이용해 익명성을 확보했다. 계약 당사자는 글자와 숫자 조합으로만 식별되며 구매자는 가상화폐를 이용해 대금을 지불한다.

실제로 사업가 데릭 오씨는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투자자들을 모집, 엔비디아 H100 칩이 들어간 AI 서버들을 매입했고, 지난 6월 호주의 한 데이터센터에 300여대의 서버를 갖췄고, 3주 뒤부터 중국 베이징 소재 기업들이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수요가 있고 이윤이 있다. 자연스럽게 누군가 공급할 것"이라면서 "지난해 말부터 중국 고객 숫자가 크게 늘었다. 엔비디아 칩을 갖추고 있는지 문의를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그는 사우디아라비아·한국 등의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자금을 모아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칩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이를 중국 업체의 싱가포르 자회사에 제공할 계획이며 이같은 행동은 미국의 수출통제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세계 곳곳에 흩어진 컴퓨팅 연산 능력을 AI 업체에 임대하는 탈중앙화 GPU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까지 중국의 AI 스타트업에서 근무한 조지프 체 씨는 근무했던 회사가 이 방식으로 H100 칩을 활용하는 서버가 400대 이상 갖춰진 미국 캘리포니아 내 데이터센터를 이용해 AI 모델을 훈련했다고 말했다.

다른 공급업체는 3000개 이상 GPU를 연결하고 있으며 컴퓨팅 연산 능력을 대량으로 구매하면 시간당 이용 요금을 2달러 이하로 해줄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장비·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이 엔비디아 반도체를 이용하는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까지 제한하지는 않는다는 게 클라우드 업체들의 입장이다.

WSJ는 역외 컴퓨팅 연산 능력을 임대해 쓰는 방식은 새로운 게 아니며, 연산 능력구매·판매·중개도 법 위반이 아니라는 변호사들의 견해가 나온다고 소개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월 악의적인 외국 집단이 AI 모델 훈련 등을 위해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규정을 제안한 바 있다. 미국 수출 규제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업체들은 해당 규정은 남용을 막지 못하고 미국 업체들의 경쟁력만 떨어뜨린다고 비판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의 지난 상반기 설비투자 합계는 500억 위안(약 9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230억 위안(약 4조3000억원)보다 2배 이상이다. 기업별로는 알리바바는 23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텐센트도 23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들이 AI 모델 훈련과 관련된 프로세서와 인프라 시설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이 가능한 H20을 출시한 바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몇 달간 엔비디아가 중국 기업에 100만개 이상 프로세서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20은 개당 1만2000∼1만3000달러(약 1590만∼1723만원) 수준이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도 AI 관련 지출을 늘리고 있으며 중국 내 데이터센터를 위해 엔비디아 칩을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다.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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