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전 80년 쓰는데 한국은”…연장 늦어져 수조원 손실 위기
美원전 6기는 80년 가동허가
국내 10기 연장땐 100조 절감
‘설계수명 40년’ 안전과 무관
독과점 방지위해 정한 기간
지난해 고리2호기 가동 중단
대체 에너지비용 8천억 달해
26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서 현재 가동 중인 원전 438기 중 55%인 239기가 설계수명을 넘겨 더 운영해도 된다는 승인을 받았다. 계속운전을 한 뒤 지금은 폐쇄된 원전까지 포함하면 설계수명이 지난 원전의 91%(244기)가 계속운전을 했다.
미국은 이미 상당수의 원전이 설계수명을 넘어 추가 20년을 운전하고 있다. 한 번 연장하면 10년 추가 운전이 가능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일본은 한 번 연장으로 20년을 더 가동할 수 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미국은 현재 가동중인 원전 93기 중 90%인 84기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 계속운전 승인을 두 번 연달아 받아 80년 계속운전한 원전도 6기에 달한다. 유럽은 가동 원전 97기중 78%인 76기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 설계수명 연장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은 셈이다.
원전 설계수명은 최초 운영허가 심사 때 설정한 최소한의 운영가능 기간이다. 원전의 안전성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별도 심사없이 운전이 가능한 기본적인 기간을 의미한다. 이 기간을 넘어 추가운전을 하려면 원안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계속운전은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안전성이 이미 입증된 기술”이라며 “특히 설계수명 연장 대상인 고리 2호기 같은 모델은 외국에서 이미 동종의 ‘선배 원전’이 문제 없이 계속운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운영 중인 미국은 설계수명이라는 개념을 애초에 ‘독과점 방지’ 목적에서 도입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 교수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원전 최초 설계시간을 40년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기술적으로 이 이상 운영하면 위험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업 독과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명시한 기간”이라며 “따라서 이 기간을 넘겨도 안전성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명이 나면 더 가동하는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원전 다수를 차지하는 경수로 원전의 설계수명은 40년이다. 80년대부터 운전을 시작한 원전들은 이미 40년을 채웠거나 40년이 돼 가고 있다. 2030년까지 10기가 설계수명을 다하게 된다. 고리 2호기는 작년 4월에 이미 설계수명이 다해 가동을 중단한 채 연장 심사를 받고 있다. 내년에는 고리 2호기, 고리3호기, 고리4호기, 한빛1호기까지 총 4대가 차례로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연장조치가 없으면 가동이 멈춘다.
연장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에 원전 여러 대가 동시에 멈추는 전력 공백 사태가 발생한다. 원전발전 공백을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로 메꿔야 해 수조원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발전비용 상승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다. 안 그래도 거센 요금 인상 압력을 키울 우려도 있다. 2022년 기준 주요 발전원별 정산단가는 ㎾h당 LNG 239.3원, 풍력 191.7원, 태양광 191.5원, 원자력 52.5원으로 주요 발전원중 원자력이 가장 저렴하다.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고리 2호기의 가동 중단으로 발생한 대체 에너지 비용만 해도 약 8020억원에 달한다. 한수원은 2030년까지 운전허가기간이 만료되는 원전 10기를 계속운전 할 경우 약 107조6000억원 이상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력발전을 LNG발전으로 대체하는 경우를 상정해 산출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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