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프링클러 사각지대 없애야 화재 참사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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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소방설비 중 하나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이 너무 많다.
소방당국 조사를 보면 부산의 호텔 193곳 중 스프링클러가 있는 곳은 91곳에 불과하다.
국회에서는 노후 숙박시설의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소급 적용하기 위한 입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스프링클러를 비롯해 경량 칸막이나 완강기 같은 소방설비 설치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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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간접 지원해 자발적 설치 유도를
주요 소방설비 중 하나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이 너무 많다. 소방당국 조사를 보면 부산의 호텔 193곳 중 스프링클러가 있는 곳은 91곳에 불과하다. 공동주택 역시 1만2756개 동 중 8080개 동 뿐이다. 호텔 102곳(52.8%)과 아파트 4676개 동(36.6%)은 사망자 7명을 낸 경기 부천 호텔처럼 스프링클러 사각지대라는 의미다. 소방설비 설치를 규정하는 소방법이 그동안 꾸준히 강화됐지만 법 시행 이전에 준공된 건물이나 시설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불이 신축 건물에만 나는 게 아닌데도 현실은 이렇다.
그동안 스프링클러가 아예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형 화재로 번진 사고는 수없이 많다. 두 달 전 화재로 23명이 사망한 경기 화성의 배터리 제조공장 아리셀도 연면적이 기준 이하여서 스프링클러 의무 사업장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전기자동차에서 불이 난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있었지만 담당자가 작동 스위치를 끄는 바람에 화를 키운 사례다. 부산에서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해운대구 재송동과 부산진구 개금동의 구축 아파트에서 불이 나 일가족이 피해를 입는 비극이 있었다.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 뿐만 아니라 대피용 경량 칸막이나 완강기도 거의 없다. 우리 사회 곳곳이 화재에 무방비인 셈이다.
스프링클러의 위력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고시원이나 오피스텔에서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번질 뻔한 화재가 덕분에 조기 진화되는 식이다. 화재는 주변 물체들이 발화 온도까지 가열돼 화염이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플래시오버’ 현상이 일어나기까지 초기 7분 전후가 중요하다고 한다. 스프링클러는 화염이 급속히 확산하는 것을 막고 현장 온도를 낮추는 데 확실한 효과가 있다. 설사 불을 완전히 끄지는 못해도 최소한 대피시간은 충분히 벌어줄 수 있는 것이다. 소방에 의한 화재 진압의 효율성도 높여준다. 같은 지하공간 전기차 화재라도 초기 진화에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는 스프링클러 작동 유무에 달렸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국회에서는 노후 숙박시설의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소급 적용하기 위한 입법 작업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스프링클러를 비롯해 경량 칸막이나 완강기 같은 소방설비 설치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 주민이나 건축주가 뒤늦게 이를 설치하기에는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 간이스프링클러 등 비용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효과적인 장비가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유도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이런 일이야말로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마침 정부가 당·정·대 협의를 통해 구축 건물의 화재 진압에 필요한 장비 설치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더 늦기 전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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