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두산로보틱스·밥캣 합병에 또 제동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2\' 이 개막한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내 마련된 두산 그룹 전시관에 두산밥캣의 완전 전동식 콤팩트 트랙로더 T7X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일반 주주 이익 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에 재차 제동을 걸었다. 증권신고서 내용이 투자자에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정정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26일 금감원 전자공시를 보면, 이날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지난 정정 요구에 따라 새로 제출한 증권신고서 검토 결과, 분할 신설 부문의 수익가치 산정 근거 등 요구 사항에 대한 보완이 미흡했고, 구조개편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 등 설명도 미흡했다”고 정정요구 이유를 밝혔다.

특히 금감원은 두산밥캣의 지분을 보유하는 신설 부문의 수익가치는 미래 수익에 발생하는 수익에 기반하는 모형을 적용해, 기준시가에 따른 분할 평가 방법과 비교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두산로보틱스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두산로보틱스는 합병 및 주식 교환 등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지난달 금감원에 제출했으나, 정정을 요구받아 지난 6일 다시 증권신고서를 낸 바 있다. 현행법상 투자자 5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할 경우 투자 판단을 위한 정보가 담긴 증권신고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두산그룹은 원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사업 부문을 분할해 이를 두산로보틱스에 흡수 합병하고,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바꾸는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산밥캣 등 일반 주주들은 불이익을 보게 됐다고 반발한다. 우량주로 평가되는 두산밥캣 주식을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 주식과 바꾸게 됐기 때문이다. 기준 시가에 따른 합병비율은 밥캣 1주당 로보틱스 0.63주다. 개편이 마무리되면 두산그룹은 로보틱스·밥캣이 합병한 법인의 42%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되는데, 두산그룹에만 좋은 사업 재편이라는 게 일반 주주들의 지적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두산그룹의 사업 재편을 겨냥해 “정정 증권신고서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