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통과시켜 의료대란 제동 거나... 여야 "법안 처리하자"
野 "尹 거부권 안 썼다면 이미 제정"
노조 "간호법 하나 때문에 파업 결의 아냐"
보건의료노조가 29일 총파업을 예고하자 정치권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28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앞서 원포인트로 보건복지위를 열어 간호법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확답을 피하면서도 간호사 등 이해당사자들의 동의를 전제로 전향적인 입장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간호법 처리가 파업을 막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정부와 대통령실이 의료공백을 방치하는 사이 모처럼 여야가 민생문제 해결의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간호법은 당초 28일 통과시킬 '무쟁점' 법안에 해당했다. 하지만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놓고 여야의 이견이 여전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민들의 적잖은 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노조와 대화를 지속하고 있지만 돌파구를 열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김미애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28일 오전에라도 (간호법 처리를) 하자고 우리가 제안했다"며 "PA 간호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민주당이 요구하는 대로 다 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백지수표를 던진 셈이다. 김 의원은 "6개월간 의료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PA 간호사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면서 "파업 참여율을 떠나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될 텐데 이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호법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이에 민주당은 즉각 수용의사를 밝히진 않았다. 다만 보건노조 파업이 임박한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강선우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간호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진작 제정이 됐을 법"이라며 "당시 거부권을 사용해놓고 이제 와서 본인들이 급하다고 야당이 소극적인 태도로 임했다는 말씀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꿔 말하면 야당도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박주민 복지위원장은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상임위를 운영해서 빨리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복지위 민주당 관계자는 "PA와 관련된 모든 안을 민주당 안대로 가야 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안 쓴다는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을 비롯한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7일 노조 관계자들과 만나 간호법에 대한 의견을 듣고 의사 진료공백에 따른 처우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간호법은 현재 법적 근거가 없는 PA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줄줄이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이들이 공백을 메우는 형편이다. 정부 수정안은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임상경력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적시한 반면, 민주당은 '업무를 보다 구체적으로 지정해 의사 직역과의 갈등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 "간호법 하나 때문에 파업 결의 아냐"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기류가 변할 가능성이 있다. 곽경선 사무처장은 "간호법이 통과되면 각 사업장의 조정 절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긴 할 것"이라며 "다만 간호법 하나 때문에 파업을 결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를 달았다. 간호법 외에 사업장 각각이 요구하는 안을 제시해 조정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의료공백 사태를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주말에도 교섭을 진행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호법 처리가 파업 중단과 직결되지는 않더라도 상당 부분 연동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달리 대통령실은 뾰족한 해법 제시 없이 원론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위 관계자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나 보건의료노조 파업과 관련해 언론에서 우려가 있다"면서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파업 시 대응방안과 응급실 운영 등 비상진료대책을 긴밀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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