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만에 스르륵?’…잠 안올 때 듣는 ‘수면음악’ 효과는?
유튜브 ‘수면음악’ 높은 조회수 기록
고민 등 ‘뇌의 소음’을 음악으로 차단하는 개념
전문가 “수면 환경 취향, 예민도 따라 효과 달라”
최근 ‘갓생(신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人生)을 합친 신조어)’ 열풍과 함께 부지런한 삶이 강조되면서 일찍 일어나 운동이나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다. 일부는 ‘하루 4시간 수면과 자기계발’을 성공의 법칙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기도 한다. 어쩐지 ‘잠’이 뒤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잠을 잘 자는 것은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만큼 건강에 중요하다. ‘잠의 정석’ 기획을 통해 좋은 수면은 어떤 것이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잠’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본다.
“다들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는 것 같아, 높은 조회수가 마음이 아프네요.”
유튜브 ‘힐링트리뮤직’ 채널에 게재된 영상 ‘불면증 치료, 수면 유도 음악’에 달린 댓글 가운데 하나다. 풀벌레 소리와 잔잔한 음률이 10시간 동안 흘러나오는 해당 콘텐츠의 조회수는 26일 기준 무려 9707만회다. 채널 구독자와 ‘좋아요’를 누른 사람의 수도 각각 143만명과 53만명에 달한다.
이 영상 외에도 유튜브에는 ‘잠들지 못할 때 듣는 음악’ ‘10분 만에 잠에 들게 하는 마법의 음악’ ‘뇌를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 등 불면증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이런 수면 유도 음악의 인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시간에 잠들지 못하고 매일 밤 뒤척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대체 수면 유도 음악은 무엇일까.
수면 유도 음악은 느리고 잔잔한 소리로 구성돼 있다. 단조로운 음률에 빗소리,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 등을 더하는 경우가 대대수다.
이와 관련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소음으로 소음을 잡는다는 개념으로 고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 옆에 위치한 주택 등 소음이 있는 수면 환경에서 같은 주파수를 갖는 다른 소리로 원래의 소음을 상쇄시키기 위해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주 교수는 “요즘은 ‘외부의 소음’이 아닌 ‘뇌 안의 소음’을 차단한다는 개념으로 변형됐다”고 덧붙였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복잡한 고민이나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경우 잔잔한 음악으로 생각을 멈추도록 유도해 뇌가 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면 유도 음악’은 효과가 있을까.
미국 국립수면재단 ‘내셔널 슬립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잠자리에 들기 전 60~80Bpm의 느린 음악을 들으면 심장박동수와 호흡이 느려지고 몸의 긴장이 이완돼 수면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음악을 들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신기할 정도로 빨리 잠들었다’는 사람이 있지만, ‘오히려 더 잠이 안 와서 음악을 껐다’는 이들도 있었다.
평소 30~40분 정도 뒤척이다 잠든다는 직장인 강모씨(41)는 “음악을 켜고 금세 잠들어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10분 안에 잠든 것 같다”며 “어떤 소리가 들리면 더 잠이 안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개운하게 잔 느낌이라 신기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반면 직장인 이모씨(39)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을 넘어 더 잠이 안 왔다”며 “평소에도 침대에 누워서 1시간 이상 잠을 못 자는 편인데 음악을 켜놓으니 점점 더 정신이 또렷해지고 도저히 잠이 들 것 같지 않아서 꺼버렸다”고 말했다.
이런 효과의 차이는 사람들의 취향이나 예민한 정도 등에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주은연 교수는 “잠이 오는 풀벌레 소리 등에 반응하는 사람과 반응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며 “너무 생각이 많아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수면음악이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잠잘 때 작은 소리에도 스트레스를 느끼는 예민한 사람에게는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면 유도 음악이 도움이 되는 사람들의 경우, 깊은 잠을 자느냐 못 자느냐를 떠나 잠에 드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