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막말 사과' 4시간도 안 돼 "'자살특공대' 발언, 반성할 일 아냐"

최용락 기자 2024. 8. 2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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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과하다, 10년 넘었는데 그만둬야", '양회동 분신 방조' 기사 공유하고선 "나는 이야기한 적 없다"

"상처받으신 분들이 계신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지적해 주시는 것은 제가 겸손하게 잘 잘 받아서 말씀을 새기겠다."

"(쌍용차 노조 자살특공대 발언) 제가 한 말이 아니고 본인들이 그렇게…반성할 문제 아니다", "세월호 추모공간을 서울시 광화문 광장에 만든 것은 잘못됐다."

국회 인사청문회 시작과 함께 과거 '막말'에 대해 사과했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한나절도 안 돼 쌍용자동차 노조,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꿀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기억 공간을 "박원순이 남기고 간 붉은 유산"이라고 했던 발언을 문제 삼는 진보당 정혜경 의원 질의에 대해 "세월호를 서울시의 광화문 광장에, 추모공간을 만드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세월호 유족에게 죽음의 굿판을 벌이고 있다고 한 데 대해 사과할 용의가 있냐'는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질의에도 김 후보자는 "(유족들이) 더 이상 그만둬야 한다"며 "세월호는 과하다. 10년이 넘었는데 그렇게 하면 되겠나"라고 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박원순이 남기고 간 붉은 유산" 표현을 비롯한 세월호 참사 폄훼 발언과 관련해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피해자들의 아픔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하고 반인륜적인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폄훼하는 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도중 2009년 대량해고 사태에 맞서던 쌍용차 노조를 '자살 특공대'라고 칭한 일에 대에 대해서도 "그건 본인들이 그런 식으로 당시에 행동한 게 많이 있다"며 "실제로 그 지붕에 올라가 그 영상을 보시면 안다. 제가 한 말이 아니고 본인들이 그렇게…(말했다)"라고 말했다. "전혀 반성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는 정 의원의 지적에 김 후보자는 "반성할 문제가 아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답변에 강 의원은 "그분들(쌍용차 노조원들) 스스로가 자살 특공대라고 얘기한 건 제가 기억이 안 난다. 지금까지 우리 의원실에서 확인한 바로는 '자살 특공대'라는 표현이 없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결국 김 후보자는 "그런 말을 노조에서 한 적이 없는데 (제가) 그랬다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자살 특공대'는 김 후보자가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시절 라디오 방송에서 했던 표현으로, 쌍용차 노조 측의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쌍용차 가족대책위 이정아 대표는 "쌍용차에 반감을 가진 시민도 아니고 경기도를 책임지는 도지사가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어처구니 없고 무책임한 발언에 한숨만 나온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양회동 열사에게 사과할 용의가 있나"라는 강 의원 질의에는 "언론보도를 (페이스북에) 인용했는데 제가 특별히 이야기한 것이 있나"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지난해 5월 '건설노조 조합원이었던 양회동 씨가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했을 때 옆에 있던 노조 간부 A씨가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고 "충격적"이라며 동조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강 의원이 "<조선일보>와 똑같은 인식 아니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언론보도를 인용했는데, 제가 무슨 거기에 대해서 양희동 열사가 무슨 문제가 있다 이렇게 한 게 있느냐"고 반박했다. 강 의원이 "(신문에서) 노동자들이 분신을 조장한 것처럼 얘기했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제가 이야기 한 게 없다"며 거듭 빠져나갔다.

김 후보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혐의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에 대해서도 "반재벌, 친노동 판결"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삼성전자서비스 부당노동행위 유죄 판결에 대해 여전히 같은 생각인가"라고 묻자, 김 후보자는 "(삼성 경영진이) 과도한 범위에서 처벌이 됐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9년 판결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업인들이 민노총-문재인 정권을 피해 어디로 탈출할지 걱정"이라고 썼다. 이 의원은 김 후보자의 '반(反노조)' 성격의 답변에 대해 "저(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두 분이 돌아가셨다"고 질타했다.

김 후보자는 본 질의 때는 뻣뻣한 자세를 취했지만, 불과 4시간여 전인 이날 오전에는 자신의 막말 논란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본 질의에 앞서 야당 청문위원들이 사퇴와 사과를 요구하자 "상처 받으신 분들이 계신다면 저는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러한 점에 대해서 지적해 주시는 것은 제가 겸손하게 잘 잘 받아서 말씀을 새기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호영 위원장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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