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들 재구성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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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잊기를 바라지만 누군가에게는 잊히지 않는 비극적 사건을 재구성했기 때문입니다."
'푸른사상 소설선 59'로 소설집 '그날들'을 낸 심영의(66) 작가는 지난 13일 '한겨레'와 만나 소설집 제호를 '그날들'로 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심 작가는 "2024 광주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소설집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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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부마항쟁 배경 소설집 내
직접 경험한 ‘광주교도소 습격’ 다뤄
“학살 정당화하려는 군부의 각본”
“누군가는 잊기를 바라지만 누군가에게는 잊히지 않는 비극적 사건을 재구성했기 때문입니다.”
‘푸른사상 소설선 59’로 소설집 ‘그날들’을 낸 심영의(66) 작가는 지난 13일 ‘한겨레’와 만나 소설집 제호를 ‘그날들’로 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소설집에 실린 여섯 편의 소설 중 다섯 편은 여순사건과 부마항쟁, 5·18 등 현대사의 비극을 조망한 작품이다. 심 작가는 “2024 광주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소설집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6편 중 ‘누가 남아 노래를 부를까’는 제1회 부마항쟁기념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심 작가는 “본래 제목이 ‘새로운 시작’이었는데, 소설집에 수록하며 제목을 바꿨다”고 말했다. 5·18 때 스물세살 전남대생이 부산으로 도망쳐 부산의 스무살 여대생과 맺었던 ‘인연’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둘 사이 태어난 ‘딸’은 보육원에서 성장해 방송국 피디가 됐고, ‘광주교도소 습격사건’ 특집을 준비하며, 그 ‘습격’ 사건을 경험했던 전남대 교수를 만난다. 물론, 그 전남대 교수가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였다.
이 소설엔 5·18시민군 출신인 작가의 경험이 스며 있다. 작품엔 ‘다른 누군가가 교도소를 습격하러 갔다가 체포된 자로 호명되었을 때, 내가 그자를 가까이하고 싶겠는가’라는 대목이 나온다. 실제 심 작가는 80년 5월23일 시위대와 함께 소방차에 타고 광주교도소에서 2㎞ 정도 떨어진 동일실고 부근을 지나다가 계엄군의 집중사격을 받고 체포됐고, 108일 만에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5·18 교도소 습격사건은 ‘당시 군부가 저들의 학살과 진압을 정당화하기 위한 일종의 각본에 불과하다’(본문 중)는 게 심 작가의 생각이다.
등단작인 ‘방어할 수 없는 부재’와 5·18문학상 수상 작품인 ‘그 희미한 시간 너머로’는 5·18 이후 고뇌하는 인물들을 그린 작품들이다. ‘꽃도 십자가도 없는’도 부마항쟁을, ‘얼룩을 지우는 일’은 여순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심 작가는 “항쟁의 현장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국가적 폭력으로부터 희생된 이들과 트라우마를 견디는 이들을 호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편소설 ‘그 밤의 붉은 꽃’은 고려 몽골 침략기의 삼별초 항쟁을 겪으며 고통받은 민중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의 모티브는 오래전 제주 여행 때 삼별초 항쟁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의 초등학생이 쓴 시였다. 심 작가는 “역사적인 항쟁인 것은 틀림없지만, 삼별초군이 들이닥친 진도와 제주 사람들에게는 느닷없는 재앙 아니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고 ‘작가의 말’에 적었다. 그는 “삼별초 항쟁을 소재로 했지만, 내 관심은 명분이 어떠하든 전란 속에서 그것을 감당해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전남대 국문과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5·18민중항쟁 소설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4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이 당선돼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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